※ 지난 시간 미션 점검! 내가 쓸 책의 경쟁/참고 도서 30권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는가? 책은 자료로 쓴다는 것, 기억하는가?
글쓰기 수업에 오는 수강생들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무엇일까? 두 가지로 추려봤다. 첫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둘째,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산으로 간다. 무엇이 문제일까?
글 전체를 조망하는 밑그림이 없고 글을 지탱해 줄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에 따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개요를 먼저 작성하면 위의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5,000자 분량의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단층집 짓기라면 책 쓰기는 40층짜리 고층 건물을 올리는 작업과 같다. 설계도 없이는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없다. 뼈대를 먼저 튼튼히 세우지 않으면 건물이 올라갈 수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책 쓰기의 반을 배우게 될 것이다. 바로 '목차'를 만드는 작업이다. 책 쓰기에 실패하는 이유도 목차라는 뼈대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왜 책 쓰기를 굳이 '40층짜리' 고층 건물로 비유했을까? 문서 편집 프로그램 '한글'에서 기본 설정인 글자 크기 10, 줄 간격 160%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페이지를 쓰면 약 2,000자 정도가 된다. 두 페이지 반을 쓰면 약 5,000자가 된다. 이것이 하나의 목차를 이루는 글의 분량이다. 40개의 목차를 쓰면 100페이지(=2.5페이지 x 40목차)가 된다. 이것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책의 종류와 주제에 따라 분량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일반적인 300페이지짜리 책을 만든다고 했을 때 A4 100페이지, 20만 자 정도는 써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지난 시간에 자료 수집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과 결이 비슷한 책들 중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최소 30권 이상의 도서를 선정해 분석해 보라고 강조했다. 이때 30권의 목차들을 쭉 적어놓고 어떤 흐름과 구조로 책을 구성했는지 분석해 보면 좋다.
서로 비교해 보면 비슷하게 겹치는 내용이나 구성이 보일 것이다. 이미 검증이 된 책 위주로 분석을 하는 것이니 공통점은 내 책에도 변주하여 적극 활용하면 좋다. 반대로 서로 다른 내용이나 구성도 있다.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최적의 안을 도출해 내 책에 적용하면 좋다. 나는 첫 책의 원고를 쓸 때 평범한 30대 직장인이 평범한 30대 독자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를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소확행'이라는 트렌드를 주제로 잡고 30대 직장인이 겪는 고통과 그에 따른 처방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30권의 목차들을 분석하면서 30대 직장인이 느끼는 삶을 크게 사회, 직장, 가정, 개인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눠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트를 네 개로 나누고 그 파트 안에서 목차의 초안을 잡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다루고 싶은 내용들을 키워드 위주로 정리하고 목차들을 분석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던 내용들과 연결해 보았다. 책 쓰기를 배우는 네 달의 과정 중 한 달 반을 목차 잡는 데에만 할애했다. 책 쓰기의 절반이 왜 목차 구성이라고 하는지 이제 알겠는가?
한 달이 넘도록 참고 도서를 읽고 자료를 수집하며 목차를 구성했다. 욕심이 과했기 때문일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껴입은 것 같이 어딘가 모르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책 쓰기 학원 원장이 한 원고를 보여주었다. 이전 기수에서 40대 남성이 원고를 완성해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무려 열여섯 군데에서 러브콜이 왔다는 것이었다. 그 원고의 독자 타깃이 40대라는 것만 다를 뿐 전체적인 콘셉트나 결이 내가 쓰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했다.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그 원고의 목차는 정말 탄탄했고 출간을 앞둔 선배(?)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원장에게 연락처를 물어 원고의 주인공과 만났다. 나는 여러 출판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서 나는 그가 쓴 목차의 구성이 너무 좋아서 30대 버전으로 벤치마킹해도 될지 정중히 허락을 구했다. 역시 그릇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흔쾌히 허락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 <착한 리더가 온다>, <작가는 처음이라> 등 6권의 책을 낸 김태윤 작가이다.
드디어 한 달 반 만에 목차를 완성하게 되었다. 5개 파트에 각 8개 목차를 넣어 총 40개 목차로 구성했다. 뼈대를 세웠으니 다음 단계로 내용을 채워나가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뼈대가 튼튼해야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탄탄한 책이 완성된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충분히 목차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생각으로 책 쓰기 계획을 세우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미션!
경쟁/참고 도서 30권의 목차들을 비교, 분석해 보자. 그리고 내가 쓸 책의 목차 초안을 잡아보자.
다음 주 수요일에는 여섯 번째 단계, '화장품은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로 만나요 :)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