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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y 31. 2024

동업계에서 상생은 불가능할까?


저도 어렵지만 그가 더 어려우니 그부터 도와주세요!



그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14년간 유통 MD로 일하면서 수천 번의 미팅과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동업계 경쟁자를 위해 동지애가 발현된 경우는 14년 통틀어 딱 한 번 봤다. 그리고 오늘이 두 번째다. 


아래 공유하는 내용은 오늘산책 유윤희 대표의 신간 홍보 글이다. 중요한 건 오늘산책의 신간이 아니라 헤이북스의 신간이라는 것이다.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헤이북스 윤미경 대표를 위해 유윤희 대표가 발 벗고 나섰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이럴 때 외치는 게 아닐까. 


꽃향기 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이 좋다. 어른의 향기란 이런 것인가. AGI 시대에도 인간의 미래는 향긋하지 않을까 싶다.


덧. 유윤희 대표, 윤미경 대표 두 분 다 실제로도 프랑스 배우처럼 아름답다는 사실은 안 비밀. 두 분의 찬란한 우정을 지지한다! 물론 책도 샀다.





[유윤희 대표의 글]

안녕하세요. 유윤희입니다. 오늘 글은 좀 길어요. ^^;;.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1인출판사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기획하고 저자를 찾고 편집을 하고 홍보마케팅을 하는 일련의 업무들을 대개는 혼자서 감당합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1인출판사 운영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도 출판이란 여러 쇄를 찍지 않는 이상 수익이 나기가 쉽지 않은 구조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일을 지속하는 것이 맞나, 출판 시장에 희망이란 게 있긴 한 걸까, 답 없는 깊은 고민에 빠져 헤매지요. 

그럼에도 할 줄 아는 것이 이 일이고, 이 일을 통해 작으나마 세상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염색하지 않으면 봐줄 수 없을 만큼 흰머리는 늘어만 가고, 목 디스크 증상에 이제는 손가락 마디마디 관절염까지 찾아왔습니다. 고질적인 위장병은 말할 것도 없구 어쩌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정신적으로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가끔 시시콜콜한 일상을 올리는 것으로 근근 유지하지만 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활용하는 것 자체도 버겁습니다. 시기적으로 꼭 필요한 자랑이나 홍보조차도 ‘생각이 너무 많아’ 못하는 저 자신을 보며 ‘영 성향에 맞지 않아서’라는 어설픈 핑계를 만들곤 합니다만 어휴... 이 갑갑한 인간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매일 페이스북 담벼락을 기웃댑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을 통해 닿은 소중하고도 감사한 인연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인연들의 일상과 삶의 가치, 철학 등을 만나는 것이 반갑고 매일 글로 나누는 안위에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가 사랑하는 한 출판 동료의 게시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분 또한 1인출판사 대표인데, 대화가 참 잘 통했던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고 때로 조언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절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곱고 온유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멋진 사람, 대표님이라기보다는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그런 분이었어요.

통화하면서 페이스북이 뜸한 이유를 물으니 해킹을 당했는데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출판사의 북토크 소식을 대신 올린 적이 있어요.) 

설상가상 얼마 뒤 출판 과정 중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생겼고 그 아픔에 신체까지 잠식되어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셨습니다. 길고도 극한 고통의 시간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을 그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잠잠히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그분께 전화가 왔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조금 나아졌어요. 아파 누워 있는 동안 유 대표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날 우리는 전화기를 붙든 채 한참을 울었습니다. 다른 어떤 말도 나눌 수 없었습니다.

그 극한 어려움 중에 그분이 신간을 냈습니다. 아직 혼자서는 산책조차 하기 힘들 정도지만 주위 고마운 분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엊그제, ‘어렵게 세상에 나온 아이’라며 수줍게 출간 소식을 전하시는데 저는 또 한 번 눈물이 터졌습니다. 완전한 회복까진 아니어도 책을 들고 이렇게 돌아와 준 게 너무나 감사했어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로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서 책 몇 권 사드리는 일 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분의 신간 소식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페이스북이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여서요. 이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저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책 내용은 아직 모릅니다. 저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그러나 주제와 제목만 봐도 감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세상에 더 나은 질문을 던지다’라는 모토에 걸맞게 사회적으로 울림 있는 메시지를 내온 출판사답습니다.

여러분, 출판이 어렵다 어렵다 합니다. 어디 출판계뿐이겠어요. 사회 구석구석 힘들지 않은 곳 없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동료가 있고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진 오늘을 마주할 수 있겠지요. 그러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어렵게 세상에 나온 아이, 헤이북스의 신간 [AGI 시대와 인간의 미래] 많이 사랑해 주시고 꼭 읽어봐 주세요. 

(헤이북스 윤미경 대표님의 동의를 얻고 올리는 글입니다 대표님, 얼른 나으셔요♡)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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