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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Jul 12. 2024

다이어트, 언제까지 할 건데?


나는 어떤 키워드에 꽂히면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된다. 30대 대부분은 '소명'이라는 키워드와 씨름하며 보냈다. 덕분에 내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정리할 수 있었다. 마흔이 되자 새로운 키워드에 꽂혔다. 바로 '독립'과 '본질'인데 어떤 기준을 세우고 선택할 때 이 두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아내와 점심 식사를 하러 걸어서 음식점에 갔다. 문득 식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많은 이가 고민하듯 나 역시 늘 다이어트 중인데 살이 찌는 기이한 현상을 겪기 때문이다. 음식이 나올 동안 아내와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었다.


식사의 본질은 생존이다. 동물도 살기 위해 먹고, 인간도 살기 위해 먹는다. 죽은 사람은 먹을 필요가 없으며 산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데 먹기 위해 살기 시작하면서 본질이 아닌 것이 나타났다. 


다이어트 전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떤 이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죄다 음식 사진뿐이다. 음식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나도 먹기 위해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음식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고 결단했다. 음식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것이다. (미각의 적절한 만족은 필요하지만) 맛이 주는 쾌락에 중독되어 배가 불러도 끝까지 그릇을 비우는 형태의 식사는 하지 않겠다. 음식에 끌려가는 식사가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는 식사로 만들겠다.


그러려면 과식의 쾌락과 함께 찾아오는 죄책감과 불쾌함을 더욱 깊이 느낄 필요가 있다. 조금이라도 불쾌함이 뒤따르는 괘락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심장에 새기는 것이다. 진정한 독립은 불쾌와 쾌락의 순서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쾌락으로 시작해 불쾌로 끝나는 것은 비본질이요, 불쾌로 시작하지만 쾌락으로 끝나는 것이 본질이다.


마약은 쾌락으로 시작해 더 큰 공허감이라는 불쾌로 귀결된다. 운동은 하기 싫고 귀찮다는 불쾌로 시작하지만, 해내면 개운하고 뿌듯한 쾌락으로 완성된다. 건강한 생존이라는 본질적인 쾌락에 집중하면 배가 조금 덜 찬듯한 불쾌는 금방 사라진다. 불편함을 먼저 선택하면 평안함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결론은 지금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복잡하게 이야기한 것은 그만큼 다이어트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3천만 다이어트인들이여, 부디 지치지 마시길!



덧. 최근에 알게 된 다이어트 코치가 있다. 2,500명의 다이어트를 코칭해 본 '다이어트 전문가'라고 한다. '눈바디'는 조금씩 변하는데 '인바디'가 변하지 않아 고민인 요즘 나도 코칭을 받아볼까 한다.


https://kmong.com/gig/349238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끝)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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