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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Jun 22. 2024

거 일희일비 좀 하면 안 되나?


첫 이직 때 나는 바둑판 위 장기알 같은 신세가 되었다. 오프라인 커머스에서 방귀 좀 뀌어봤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온라인에서도 금방 적응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100배는 빠른 세상이었다.  

   

젓가락이 한국에서 1개 팔릴 때 중국에서 100개 팔린다는 말이 이런 거였구나. 가뜩이나 적응하기도 힘든데 표독스러운 상사의 압박까지 가해지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나는 이직 2주 만에 생애 첫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와 티타임을 할 때면 전우애를 느끼며 씁쓸한 웃음을 짓곤 했다. 

   

“아, 정말 재미가 없어요. 매일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어요.”

“남편이 그러는데 회사가 돈 주면서 재미까지 줄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힘들지만, 그냥 월급날만 기다리며 다닐래요.”     


나의 푸념에 동료의 묘한 답변이 돌아왔다. 선배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어차피 별거 없는 직장 생활, 일희일비하지 말고 버티라고 말이다. 맞지만 틀린 말이었다.     


나는 오히려 일희일비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이 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료의 말대로 월급날에 미소 짓기도 하고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남의 돈 받아먹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돌아오고, 좋은 성과는 한 달에 한 번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루의 기쁨을 위해 나머지 날들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직장인. 그들에게도 간혹 희망의 빛이 내려앉을 때가 있다. 이런 일은 부서를 이동하거나 새로운 상사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분명 같은 회사인데 부서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또 같은 부서 안에서도 누가 상사로 오느냐에 따라 직장 생활의 만족도가 파도친다. 직장 생활이 단맛보다 쓴맛에 가깝다면 어쩌다 단맛이 느껴지는 순간을 마음껏 기뻐하며 온전히 누리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쓴맛을 느낄 때는 또 마음껏 비통해하며 안줏거리로 쌍욕을 날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직장 생활에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은 스스로 기계처럼 월급의 노예이자 회사의 부품이 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인간이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산다. 나는 월급의 노예가 되려고, 회사의 부품으로 살려고 태어난 존재일까? 모든 감정은 옳다. 물론 그 감정을 어떤 행동으로 연결할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겠지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나를 위해 존재하도록 하려면 말이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끝)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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