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기 반장 Jun 29. 2024

결혼하면 행복하나요?


내일 막내 처제가 결혼한다. 9년 전 교회 청년부에서 눈이 맞아 결혼한 우리 부부 이후로 청년부 커플의 결혼은 처음이다. 내가 이 커플의 다리를 놔주었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오지랖을 떨었다.


중매는 잘 서면 술이 세 잔, 못 서면 뺨이 세 대라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내게 술을 먹여도, 뺨을 때려도 좋으니 부디 알콩달콩 잘 살아주기만 하면 좋겠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레짐작하고 혼자 떠들어대는 꼰대가 되고 싶진 않았다.


혹시 해주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 처제에게 보여주는 건 어떨까? 마침 오늘 낮에 처제를 만나 비싼 밥도 사주고 축의금도 미리 줬으니 지금이 절호의 찬스다. 같은 교회에서 큰 언니를 만나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사는 형부의 이야기가 처제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




처제! 내가 그동안 결혼에 대해 느낀 점을 크게 3가지로 압축해서 전하고 싶어. 새로운 시작에 설레고 두려울 처제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 바로 나를 바꾸는 것이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겠지. 애초에 상대는 바꿀 수 없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결혼 생활이 몽글몽글하게 될 거야.


부부 싸움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바뀌지 않고 상대를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잖아. 아무리 논리적이고 옳은 말도 상대를 내 틀에 맞춰 욱여넣으려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싸움이 되어버리고 말아. 왜냐하면 그런 행위 자체가 상대를 나와 '다른'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틀린' 존재로 판단하는 것이거든.


그래서 부부의 감정 대화법이 중요해. 우리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평생 친구가 되고 싶잖아. 관계 심리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 가트맨 박사는 '평생 우정을 나누는 최고의 친구 같은 관계'가 행복한 부부라고 말했어. 하지만 부모님을 통해 '사랑'과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어서 부부 관계를 망치는 경우를 봤을 거야.


부부 사이에서는 특히 '나 중심 대화법'이 필수라고 느꼈어. 내가 제일 소중하기에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옳잖아. 다만 감정이 옳다고 모든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공감받고 싶었는데 오히려 비난을 받아서 속상했어."와 같이 나 중심 대화법은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고급 스킬이야. 이때 나의 감정 표현까지 만을 목표로 해야지 상대를 설득해 특정한 행동을 유도해내려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하겠지.


따라서 '기대'말고 '기여'에 집중하면 좋겠어. 상대에게 기대하게 되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만큼 마이너스 에너지로 돌아와 실망하게 돼. 하지만 기대가 없으면 상대가 뭔가를 해줬을 때 플러스 에너지로 돌아와 감사하게 되거든.

 

상대의 행동이 교정되리라 기대한다는 것은 곧 나는 상대에게 실망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 돼. 대신에 내가 상대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모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게 되거든. 단, 기여한 후에도 '해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마음으로 보상과 기대의 싹을 잘라버리는 게 중요해.


예수님은 바리새인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아!'라며 독설을 퍼부으셨어. 그 온유한 예수님이 말이야.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은 언제나 옳은 진리이지만, 바리새인은 남을 정죄하는 용도로 율법을 사용했어. 진리는 나 자신에게 적용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지.


김창옥 교수가 그러는데 남편에게 바가지 긁는 아내는 "나는 한 번도 틀린 말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말한대.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틀린 방식으로 전달하면 상대는 병들게 되어 있거든. 그렇다고 무조건 참으라는 게 아니라 나 중심 대화법을 떠올리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그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익혀가면 어떨까 해.


쓰다 보니 무슨 주례사 같이 되어 버렸네. 처제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봐. 사실 우리 부부도 잘하고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부부가 서로 같은 지향점을 향해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노력한다는 점이 참 감사해.


처제, 고민이 있으면 내가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잘 들어줄 수는 있으니 언제든 연락해. 아름다운 결혼식과 더 아름다운 결혼 생활이 펼쳐지길 기도할게. 분명 잘해나갈 거야.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끝)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이전 19화 거 일희일비 좀 하면 안 되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