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후 전달된 201호 꼬마의 선물

[36년 후, 102호 꼬마가 201호 꼬마에게 받게 된 선물]

36년 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공아파트 28동. 102호 5살 꼬마와 201호 6살 꼬마가 만났다. 그들은 잔디밭에서 야구를 하다 107호 할머니 댁 유리창을 깼고, 썰매를 타다 언덕 아래로 떨어져 엉덩이가 깨져도 즐거웠다. 틈나면 전자오락 게임 ‘곤드라’로 악당들을 물리치며 총으로 도원결의했고, 서예 학원에서는 함께 붓을 휘두르며 우정을 그렸다.



201호는 10살 무렵,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이메일도 없던 시절, 그들에겐 ‘항공 우편’이 있었다. 빨갛고 하얗고 파란 테두리의 봉투 속에 서로를 조롱하는(?) 장난스러운 그림과 진심 어린 근황을 담아 공중으로 1만 킬로미터를 주고받았다.

호주, 캐나다, 미국, 파나마, 콜롬비아, 스페인 등 201호가 전 세계를 누빌 동안, 102호는 한국을 지켰다. 201호는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잠시 머물렀고, 102호와 만날 때면 언제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서로의 흑역사를 들춰내는 시답잖은 농담을 매번 반복했지만, 언제나 배꼽 잡고 웃기 바빴다.



40줄에 접어들면서 그들에겐 공교롭게도 일과 사랑의 아픔이 동시에 찾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훌훌 털고 일어섰다. 102호는 ‘책 쓰는 중고차 딜러’라는 새로운 일을, 201호는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사업을 시작했다. 강남 세곡동에서 ‘버튼 하우스’라는 창의적 영어 미술 클래스를 개설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장 중이다. 한국에는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이다. (버튼 하우스가 궁금하다면? 홈페이지 바로가기)



어제 성탄 이브, 201호가 보낸 택배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함이 들어있었다. 201호가 직접 드로잉하고 디자인한, 36년의 세월이 응축된 선물이다. SUV처럼 단단하고 세단처럼 고급스러운 재질 위에 새겨진 나의 모습. 비로소 ‘책 쓰는 딜러’이자 ‘차 파는 작가’의 정체성이 완성된 기분이다. 이 나이에 이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우정을 선물로 주신 사랑의 왕을 기억하며, 모두 기쁨 가득한 성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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