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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60대 부모가 30대 자식을 이해하다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의 확장을 꿈꾸며

5살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연락하고 지내는 불알친구 같은 형이 있다. 한 살 터울인 형은 나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통로 바로 위층에 살았다. (TMI :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던 5층짜리 주공아파트로 동마다 잔디밭이 있었고 32동까지 있는 대단지였다. 그땐 이웃 간에 따뜻한 정이 있었고 마을 공동체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었다.) 우리는 우애 좋은 친형제처럼 죽이 잘 맞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드래곤볼, 슬램덩크 만화 그리자!"라고 하면 어느새 한 책상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그림을 그렸다. "철인 3종 경기할까?"라고 하면 어느새 야구공, 농구공, 축구공 3종 세트를 챙겨 잔디밭과 놀이터를 오가며 하루 종일 땀을 흘렸다.


한 번은 형과 야구를 하다 옆집 유리창을 깬 적이 있다. 우리는 멍하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굳어버렸다. 형네 어머니는 화가 나면 헐크로 변하고, 우리 어머니는 스칼렛 위치처럼 멘탈을 털어버리기 때문이었다. 옆집 할머니가 씩씩거리며 우리를 어머니들 앞으로 끌고 갔다. 그때 심정은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사형을 앞두고 "나... 떨고 있니?"라는 대사를 날리는 태수(최민수)만이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 네이버 tv, 두두팝토이 - 화나면 헐크와 스칼렛 위치로 변하는 어머니들이 연상된다


"하하하, 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당연히 물어드릴게요." 우리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어머니들은 마치 사전에 합이라도 맞춘 듯 벌벌 떨고 있는 우리를 향해 쿨내 진동하는 미소를 날렸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당시 초등학교 1학년 때 느낀 인생의 진리 중 하나였다.


그림을 잘 그렸던 형은 일찌감치 유학을 떠나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을 했고 현재 콜롬비아에서 지낸다. 한국 대기업 해외지사에서 일하고 있어 1년에 한 번씩 밖에 보지 못한다. 30대 중반이 되자 형과 나는 만날 때마다 본격적으로 30대의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특히 어떻게 회사를 졸업하고 시공간과 경제로부터 자유를 얻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100분 토론도 모자랐다. 형은 예술과 외식이 결합된 사업에 대해, 나는 콘텐츠를 통한 저작권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며 웃으며 이야기하다 헤어질 땐 현실을 자각하며 한 숨을 쉬어야 했다.


오늘 형네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다. 책장을 넘기면서 자꾸 직장인인 아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또한, 책을 통해 처음으로 직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실감했고 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식들 퇴근할 때 안아줄 것 같다고 했다. 내부 생활의 어려움을 알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에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어버이날에 책을 통해 작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뿌듯했고, 책에 대한 진심 어린 피드백에 뭉클했다.


형네 어머니와 나눈 대화 - 책에 대한 진심 어린 피드백에 감동했다.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가 60대 부모가 30대 자식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을 느낀다. 30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독자에게도 자그마한 기회를 주는 책이 되길 소망한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은 밤이다. 내 책이 카네이션 되어 하늘에 계신 어머니 가슴에 안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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