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서른이 나에게 엄습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3으로 시작하는 나이가 되자 문득 두렵고 서글펐다.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젊다고 하기에는 이미 나이 든 ‘어른이’가 되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막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막연히 20대에 상상한 30대는 꽃길이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흙길이었다.
어른들이 말한 대로 열심히 노력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초, 중, 고 12년간 입시의 노예로, 대학 4년간 스펙의 노예로 살아온 것도 모자라 다시 회사의 노예로 살아야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기업의 반민주적인 행태에 괴리감을 느끼며 무력한 김 대리가 되었다.
‘나는 지금 잘 사는가?’라고 시작된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따라다녔다. 직장과 가정, 현실과 이상, 그리고 관계 속에서 고민은 계속되었다. 머릿속을 괴롭히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었다.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서른 넘어 삶이 던지는 마흔 가지 고민에 하나씩 답해보기로 했다.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는 평범한 대한민국 84년생 직장인이 고민을 기회로 바꾸고자 꿈틀대는 과정을 그렸다. 이 과정을 상황과 주제에 따라 ‘일’, ‘현실’, ‘관계’, ‘결혼’, ‘꿈’으로 구성했다.
직장에서 30대는 위에서 눌리고 아래에 치인다. 후배에게는 ‘상사와 다를 바 없는 젊은 꼰대’ 취급받지 않으려고, 상사에게는 ‘후배와 다를 바 없는 무개념’으로 찍히지 않으려고 외줄 타기를 해야 한다. 첫 번째 ‘일’에서는 취업의 꿈을 이루었지만,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에게 직장 내 관계와 처세, 자세와 성장 등에 관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설문 결과 전 연령대 중에 가장 우울한 것으로 드러난 30대를 한 심리학자는 공포 세대라고 정의했다. 두 번째 ‘현실’에서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현실을 고발했다. 왜 공포가 극대화되는지, 왜 자꾸만 피로한지 등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을 살펴보며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30대가 되면 여러 관계가 생겨나는 동시에 정리된다. 취업과 승진, 결혼과 육아 등 인생의 변화가 많은 시기에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세 번째 ‘관계’에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관계에 대한 자세를 다루었다. 어떻게 나 자신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고 친구와 이웃, 공동체와의 관계를 재조명할지 함께 생각하고자 한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다. 요즘 30대의 절반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비혼을 선언한다. 네 번째 ‘결혼’에서는 비혼 시대 속 결혼의 의미와 결혼 생활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초짜 부부가 초짜 부모가 되는 좌충우돌의 과정을 그리며 어떻게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7포 세대가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섯 번째 ‘꿈’에서는 고민에 빠진 우리가 내려야 할 꿈의 선택을 토로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 삶의 문제를 놓고 우리는 꿈을 향해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가? 삶의 고수들이 토해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메시지는‘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나의 지금을 사랑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남과 자신을 비교할 때가 아닌 나 자신을 극복할 때 진정한 만족을 느낀다. 지금 부족하더라도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의 내가 된다. 이렇게 ‘지금의 나’를 사랑하면 ‘나의 지금’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 하는 일, 추구하는 가치, 열망하는 꿈, 함께 사는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좀 더 어른이 되어 가지 않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직장 생활을 경주마처럼 달려온 지 어느덧 10년이다. 영업직의 특성상 그동안 직장인 수천 명을 만났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살아가기가 정말 녹록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현실과 타협하며 꿈을 잃어버린 채 ‘꿈보다 밥’을 선택한 수많은 직장인을 보았다. 직장 생활을 거듭할수록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다.
‘이렇게 일만 하다 죽으려고 태어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던 어느 날, ‘밥보다 꿈’을 선택하기 위해 작은 용기를 냈다. 육아 휴직을 통해 직장 생활 10년을 돌아보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삶이 나에게 던지는 고민에 성실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정한 나를 만나고자 몸부림쳤다. 나 자신과 직면하며 발견한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나의 지금’을 사랑하기로 했다.
이 책은 크게 성공한 저자가 쓴 일반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평범한 30대 저자가 30대와 함께 밤새 나누고 싶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디 이 책이 일과 현실, 관계와 결혼 그리고 꿈의 선택지에서 고민에 빠진 독자에게 말벗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친구와 함께 커피 한잔, 술 한잔을 마시며 고민을 나눌 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얻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