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수면제를 처방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먹으려는 건 아니고, 쥐고 있으려고. 그러니까 일종의 부적인 셈이지.
내 지긋지긋한 수면장애는 해묵은 밤마다 질척한 기척을 남기며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반항하듯 버둥거리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귓가에서는 신경을 비틀어 찢어대는 잔혹한 마찰음이 들끓는다. 이윽고 서늘하고 불쾌한 감촉이 뒷덜미에서 기어 올라오더니, 마침내 자비라곤 없는 악력으로 살갗에 들러붙는다.
나는 그것이 허상임을 안다. 그 모든 것이 환상이되 환청이겠지. 거짓된 무언이 만들어낸 감각이다. 그럼에도 실재하는 통각 앞에서 무력한 심장은 도리 방망이질한다. 제발 사라지라며 울부짖는 목소리는 누가 더 크게 외칠 수 있는지 겨뤄보자는 악동의 장난질에 짓눌려 사라진다. 몸부림칠수록 깊고 끈적한 늪으로 가라앉는다. 온통, 진창이다.
애새끼처럼 혼자 잠들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물론 그 질 나쁜 녀석이 매일 들이닥치는 건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몸을 곤죽처럼 혹사해 봐도 녀석은 느릿한 의식의 경계 어딘가를 비집고 들어왔다. 결국 아무 의미가 없는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재하는 통각 속에서 환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정신을 끌어올려 줄 무언가, 혹은 누군가. 그 간절한 손길 하나가 필요했다.
제발 진창 속에 처박힌 나를 건져줘.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그 호흡이 가빠진 어느 날, 나는 아무도 몰래 스러져버릴지도 몰라.
나는 두려웠다. 그것이 나이 서른을 처먹고도 혼자 잠들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혼자가 되려면, 혼자 떠나려면, 더 이상 그딴 멍청한 이유 뒤에 숨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방문 전, 어플로 제출해야 하는 초진 검사지 네 가지를 적당히 채워 넣고서도 나는 정신의학과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내게 정말 많은 용기를 요구했다. 어차피 의사를 믿을 생각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의지도 없어서 그저 수면제만 타면 그만이니까…. 나는 굳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진료에 앞서 ‘스트레스 진단(HRV) 검사’를 하게 됐다. 본격적인 측정 전에 내가 겪고 있는 증상에 체크하라고 해서 살펴보니, 총 14개의 증상 중 10개의 항목에 해당됐다. 예컨대 손발이 저림, 두통, 어지러움 같은 것들…. 그것들에 표시하다가 문득, 괜히 엄살이나 떠는 사람이 된 기분에 어이가 없었다.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이후 양쪽 손목과 발목에 집게를 끼우고 10분가량 수치를 측정했다. 나는 그 기계를 달고 있는 동안 하염없이 울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계속 섧게 눈물만 흘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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