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특별한 것 없는 요즘 나의 일상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두 가지쯤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입사 이틀 만에 난데없이 프로젝트를 떠맡기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 매일 밤을 새워 준비해 간 보고서를 들고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라던가, “당신이 업무지시를 한 당사자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라며 쏘아대던 상사의 면상을 보지 않아도 되니 일상에 여유가 생겼다. 참고로 그 상사는 내가 여자라서 싫었단다.
그때 나는 세상사 무슨 큰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예컨대 이순재 배우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조차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인터넷 뉴스 한번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는 소리다. 보통은 내가 직접 살피지 않아도 주변에서 흘러 들어오기 마련인데.
그저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미친 듯한 허기에 시달려 배를 채웠다. 어지간하면 하루 한 끼면 충분하다 여기며 살아가는 내가 그렇게까지 허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마음이 급해 서둘러야 했다. 얼른 먹고 마저 일을 하거나 일을 하면서 먹어야 했으니 선택지는 결국 대충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나 간편식뿐이었다.
이직이 확정되고 업무에 배제되어 여유가 생긴 잠시동안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다. 글을 쓰거나, 또 글을 썼다. 세알려보니 2주간 정확히 공모전을 위한 글만 10편을 썼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눈치채지 못했겠지. 나는 그 와중에도 브런치에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몇몇 사람이 내게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쓰냐고 묻던데 솔직히 ‘어떻게’라고 할 만큼의 비법은 없다. 그냥 안 쓰면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수없이 쓰고 수없이 울고 수없이 감정을 배설하면서 버텼다.
그렇게 공개하지 못하고, 발행하지도 못하는 글만 잔뜩 쌓였다. 요즘 나의 글들이 철학과 사유가 담긴ㅡ나를 과대평가하는 건 아니고, 평소에는 그리 쓰려고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하니 말이다.ㅡ ‘에세이’라기보단, “저기, 내 얘기 좀 들어줘”라며 옷소매를 붙잡고 만담을 늘어놓는 꼴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원래는 하나의 주제로 공모전용 글과 브런치용 글을 각각 써볼 요량이었다만, 그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은 하나고, 사유도 하나인데, 어떻게 각기 다른 글을 쓴단 말인가. 그건 이중인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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