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독한 밤의 이야기
스타벅스에서 친구가 보내준 기프티콘으로 베르가못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제주 한정 메뉴)를 골라 마시며 반나절을 작업했다. 이곳 스타벅스는 눈 내린 한라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어쩐지 허기진 기분에 바질 치킨 랩까지 주문해 야무지게 해치웠다.
이후 모슬포에서 유명하다는 좁짝뼈국을 먹기 위해 오픈 시간인 오후 여섯 시에 맞춰 가게를 찾았다. 사장님께서는 나를 보자마자 “어휴, 춥겠다~” 하시며 히터 바람이 가장 강한 따뜻한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국물이 엄청 진하게 우러난 데다, 직접 담그신 김치 또한 아주 맛있어서, 나는 사장님께 여쭈었다.
“사장님 왜 점심 장사는 안 하세요?”
“점심엔 낚시 가요”
“아… 취미생활이에요?”
“아니 낚시는 내 인생. 돈 버는 것보다 낚싯배 타는 게 더 즐거워요”
돈 버는 것보다 낚싯배 타는 게 더 즐겁다고 말하는 얼굴에 걸린 설렘과 쑥스러움을 살피며 나는 조금 부럽다고 생각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좋아하는 일로 채우는 건 어떤 삶일까.
나는 사장님의 다른 반나절 인생이 들어간 좁짝뼈국에 야무지게 밥을 말아 완뚝했다. 아,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은 연신 슬그머니 다가와 다른 손님 몰래 “국물 더 떠줄까요?” 라며 친절을 가장한 “예쁜 손님한테만 해주는 거예요”같은 플러팅 장난을 치셨다. 나는 그의 호의에 재치를 느꼈다.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자니 함께 나온 뼈구이까지 손수 장갑을 끼고 분해해 주시길래 바쁘실 텐데 뭘 이런 것까지 싶어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며 기분 좋게 나와 배를 두드리며 숙소로 향했다.
그 길에 옛날 동네 빵집이 눈에 띄어, 잠시 고민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쿠키 봉지를 하나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사장님께서 “혼자 여행 왔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별다른 경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가 조금 이상했다. “위험하게 왜 혼자 왔어”라는 말에, 나는 이곳 주민인 그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여기 위험한 동네 아니잖아요~” 라며 퍽 애교를 섞어 답했다. 그러나 그는 “무신, 여기만큼 위험한 동네가 없지”라며 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치가 느린 나는 그것 또한 걱정의 표현이라 여기며 허허 웃었다. 한데 그는 곧, 옆에 있던 가위를 내 몸 쪽에 들이밀며 찌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 웃네? 이거 봐… 나 같은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니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