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열

by 마른틈

그 빵집에서 겪은 일 탓인지, 다음날 게스트하우스 밖으론 한 발자국도 떼고 싶지 않았다. 그곳과 게스트하우스는 두 블록만 걸어가면 닿는 아주 가까운 거리니까, 괜히 나다니다 그 사람 눈에 띄기라도 하면…

여느 때 같았으면 둘러둘러 산책하며 스타벅스라도 가 작업했겠지만, 그날은 온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 새벽 네 시까지 가을 매거진 북 초고 작업을 마쳤다.

아, 이곳의 스타벅스는 눈이 소복이 쌓인 한라산이 정면으로 보여서 꽤 봐줄만 한데…. 어쩐지 조금 억울했지만 이미 가라앉은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개구리처럼 퉁퉁 부어오른 눈을 들고 어딜 가겠어. 저녁이 되자 S와 새로운 게스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쥐 죽은 듯 방안에만 틀어박혔다. 새벽에 저질렀던 일에 대한 지독한 현심감을 잊고 싶어 그저 읽고 또 읽었다.


사실 그는 내 통보를 받고선 조금 억울해했다.


“왜? 이제야 조금 숨통 트이게 살만한데, 고생 다 해놓고 이제 살만해지니까 왜? 이제 잘 먹고 잘 살 일만 남았는데?"


나도 동의했다. 사실은 조금 못된 마음이라, 그처럼 다정한 사람과 만날 그의 미래의 연인에게 배가 아팠다. 그는 가정에만큼은 충실히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었니, 누굴 만나도 잘 살아가겠지. 역시 문제는 나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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