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밥을 먹지 않았음에도 “밥을 먹었다”라고 하는 사소한 거짓말일 수도 있고, “두 배로 불려줄게”라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일 수도 있다. 현실 속의 우리는 대체로 사소한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장황한 설명보단 짧은 거짓말 한마디가 편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니 도덕적 잣대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하여튼 거짓말이란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타고나길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손을 꼼지락거리거나, 눈을 사선으로 굴리거나, 이마를 긁거나, 목소리 톤이 달라지는 등 본인도 모르게 습관적인 행동을 보인다. 우리는 이것을 ‘비언어적 단서’라 부른다.
그리고 한 번의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부르는 법. 앞선 거짓말을 포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실수가 발생하는 법이다. 그래서 재능 없는 거짓말은 결국 금방 들통나고 만다.
그러나 채팅에만 의존하는 게임 속에서는 이런 비언어적 단서가 잘 드러나지 않기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가볍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SYSTEM: 친구 관계도]
플레이어 ‘마른틈’ ↔ ‘그녀’
신뢰도: 100
우정 링크: 연결됨
상태: 안정
그 친구는 늘 아팠다.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기색 없이 언제나 게임 속에 접속해 있었지만, 점심마다 ‘참치 대뱃살 덮밥’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어느 날은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물어보니 집이 여유가 좀 있어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몸이 좋지 않아 일 년에 절반 이상은 병원에서 입원 생활로 보내고 있으며, 그 병동은 감염에 취약해 면회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비록 어느 병을 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던전을 함께 돌 때면 무리하지 않게 늘 배려했고, 그녀의 안부는 늘 길드 채팅의 시작과 끝이 되었다. 불규칙하게 늘어지는 접속 주기에는 혹시 응급상황이 터진 건 아닌지 걱정하며 기다렸다가, 며칠 만에 나타난 그녀에게 안도하며 달려가 안부를 묻곤 했다.
다만 그렇게 1년을 함께 하는 동안, 흘러나온 단서 끝에 우리는 그녀의 병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쌓인 정이 깊었던 우리는 모두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그녀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허나 비밀이 탄로 난 것을 눈치챈 그녀는 접속을 끊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처럼 게임 속에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없는 병을 만들어 내 동정을 얻기도 하고, 있지도 않을 부와 명예를 과시하며 주목받기도 한다. 이들은 현실 속 본모습을 감추고 타인에게 인정받거나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꾸며낸다. 위니컷은 이것을 ‘거짓 자아’라 불렀다.
그녀의 거짓 병마와 사연은 본인에게로 쏟아질 관심과 애정을 위해 만들어진 ‘거짓 자아’였던 것이다. 허나 그렇게 쌓아 올린 관계는 결국 모래성과 같았다. 허울 좋고 아름답게 쌓아 올렸으나 언제든 무너져 흔적조차 남지 않을 허무하고 무용한 관계.
따뜻한 마음씨로 늘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녀는 굳이 아픈 모습이 아니어도 충분히 우리 곁에 소중한 친구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로 쌓아 올린 마음만이 단단하게 관계를 지탱해 주는 것이다. 거짓된 자아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솔직한 마음으로 맺어진 유대야말로 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힘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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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친구 관계도 업데이트]
플레이어 ‘마른틈’ ↔ ‘그녀’
신뢰도: 0
우정 링크: 끊김
상태: 영구 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