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했는데 갈 길을 잃었다

공허함의 끝은 도대체 어디

by 크레나지

갑자기 몰아닥친 부정적인 감정들, 상대방과 나누기조차 버거운 감정들에 괴로워할 때 이기적이게도 나와 같은 감정을 겪으며 괴로워하는 친구들을 보면 위안이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모두가 같은 감정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구나.


가까운 친구가 취업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졸업과 동시에 소속감이 사라졌다는 느낌에 괴로워했던 친구의 속사정을 아니까 누구보다 더 기뻐해줬다. 하지만 막상 친구는 아닌가보다. 원했던, 꿈꿨던 분야로 취직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직 천천히 취업해도 될 나이고, 길게 보면서 천천히 취업해도 되지 않겠냐라는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취업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응원해줬다. 막상 일하면 다를 거라고.


그렇게 친구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교육도 받고, 연수도 가게 되었다. 연수를 마치고 온 첫 날 친구는 너무 허무하다고 했다. 앞으로 회사 내에서의 모든 활동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말 때문이었다. 물론 예상하던 거였으리라. 하지만 태어나서 졸업할 때까지, 심지어 취업을 준비하던 순간까지도 평가를 받던 삶, 결국엔 숫자 하나로 합불 여부가 갈리는 삶을 살아왔던 우리한텐 너무 잔인한 일이다. 결국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 되는 거니까.


평가와 경쟁, 너무 중요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따르는 불가피한 속성이라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열심히 살아왔던 것, 열심히 살고 있는 것도 남들의 평가와 시선, 남들과의 경쟁 덕분이니까.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원에서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모든 시험이 치러진다. 심지어 졸업시험까지도 절대평가에 따라 나뉘기 때문에 동기들끼리 경쟁보다는 서로 상부상조하자는 마음으로 좋은 표현과 자료는 공유하고 으쌰으쌰하고 있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은, 정말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경쟁심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졸업시험까지는 모르곘지만, 결국 졸업을 하면 한정된 몇 개의 자리를 두고 또다시 경쟁해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같은 스펙을 갖게 되는 우리한테는 더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는 셈 아닌가.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경쟁은 생각보다 너무 치열하고 가혹하다. 경쟁 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면 유토피아겠지.



방황하고 있는 친구,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불행한 삶이 아니야.
이제는 정말 너의 페이스대로 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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