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회생활이야

정말요?

by 크레나지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점점 나이가 찰수록 어른들을 상대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고등학생 때도 물론 선생님과 시간을 많이 보냈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어리다는 이유로, 철없다는 이유로 많이 넘어가 주셨으니까. 잘못을 하면 사소한 것이라도 바로잡아주셨기 때문에 서로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한 관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교를 지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나의 잘못을 대놓고 고쳐주지 않고, 속마음으로 나에 대한 판단을 하고 평가를 내려버리는 느낌이 강하다. 기회를 주지 않는달까.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자기 스스로를 다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요즈음이다.


대놓고 '너의 행동은 이러이러해서 별로야. 다음에는 이렇게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좀 속 시원하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시며 마치 나에 대한 평가가 끝나고,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답답해 미칠 것 같다. 말을 직접적으로 해주면 고쳐서 개선이라도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어른들 앞에선 말을 아끼려고 하는 편인데, 그러면 또 그런대로 차갑다느니, 말수가 적다느니... 돌려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실 때가 있다.


너무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읽기란. 또 그 마음을 헤아려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아직은 너무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렇기에 당연히 나보다 더 많은 어른들을 상대했을 언니 오빠들을 보며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대답하는 게 좋구나, 이렇게 행동하는 게 좋구나. 하나둘 배워간다.


그렇게 하나둘 배워가던 중, 회의감이 들던 순간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을 만나고 대할 때마다 좋은 말만 해주더라.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는 관계다. 하지만 앞뒤가 다른 건 또 다른 문제다. 특히 그 정도가 지나칠 때 당황스러운 걸 넘어 역겹기도 하다. 가끔은 그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무섭기도 하고. 그 행동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 "이게 사회생활이야."


처음엔 그게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나의 싫어하는 감정 기분 나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거구나. 서로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구나.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구심이 든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너무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것이 정말 건강한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만약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에서는 다 좋은 척하면서 뒤에서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일삼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사회에 못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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