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by 크랜베리

대부분의 오디오북은 책을 그냥 소리로 읽어주는 느낌이라, 듣다가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졸려서 중간에 꺼버린 적이 많았다. 그래서 <첫 여름 완주>도 들을까 말까 망설이기를 여러 번 반북 하다가, 얼마 전 <서울 국제도서전 2025>에서 박정민 배우를 보고 한번 들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듣게 되었다.


사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처음 한두 문장만 들어도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연기하듯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집중하고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찾아보니 <첫 여름 완주>는 처음부터 ‘듣는 소설’을 염두에 두고 쓰인 작품이라고 한다. 무제 출판사의 프로젝트로 배우들이 낭독을 맡았는데, 이게 단순한 낭독이 아니라 감정을 살려 연기하는 데 가까웠다. 목소리 하나하나에 감정선이 실려 있어 마치 라디오 드라마나 오디오 연극을 듣는 것처럼 몰입됐다. 덕분에 한여름 출퇴근길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성우 손열매가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를 찾아 고향 완주 마을로 향하며 시작된다. 목소리까지 변해버려 길을 잃은 열매는 수미 어머니가 운영하는 장의사 겸 매점에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외계인 같은 청년 어저귀, 춤을 좋아하지만 슬픈 이야기는 싫다는 옆집 중학생 양미, 배우 정애라와 반려견 샤넬, 그리고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까지.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 한 철을 완주해 간다.


책을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배우들이 목소리로 만들어 낸 장면의 생생함이었다. 목소리 하나하나가 인물의 얼굴과 표정, 움직임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듣는 동안 “이 목소리는 누구지?”, “아, 이 역할은 이 배우구나” 하고 맞추는 재미도 쏠쏠했다. 단순히 내용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목소리와 연기를 상상하며 듣게 되는 오디오북이었다.


또한 책 속 장면마다 깔리는 효과음은 이야기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여 주었다. 귀로만 듣는데도 완주 마을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마치 그 여름날 그곳을 함께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첫 여름 완주>는 웃음과 슬픔, 다정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목소리로 온전히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다른 오디오북은 중간에 멈추곤 했지만, 이 책은 끝까지 집중하며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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