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퇴마록 / 이우혁

오디오북으로 듣는 퇴마록

by 크랜베리


책으로만 읽었다면 한참 걸렸을 퇴마록을 오디오북으로 완독하게 되어 후기를 남겨본다. 퇴마록은 국내편 2권, 세계편 3권, 혼세편 4권, 말세편 5권, 외전 3권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시리즈를 오디오북 덕분에 꾸준히 정주행할 수 있었다.


출퇴근길 막히는 차 안에서, 주말 아침 여유로운 시간에, 그리고 잠깐씩 생기는 자투리 시간들까지 그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게 책을 듣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나는 원래 오디오북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었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듣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집중도 잘 안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출퇴근길에 늘 듣던 노래마저 질리기 시작했고, 오디오북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생겼다. 그래서 처음 접한 책은 <첫 여름, 완주> 였다. 처음 접한 오디오북이 재미있어서 둘러보던 중 마침 순위권에서 자주 보이던 퇴마록 세계편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7월쯤 재생을 눌렀다.


처음엔 역시 집중이 잘 안됐다. 하지만 막히는 퇴근길에 멍하니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고, 어느새 세계편을 끝까지 듣게 되었다. 원래는 국내편부터 듣는 게 정석이라 세계편을 마치자마자 바로 국내편으로 돌아갔고, 이어 혼세편과 말세편까지 내리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편 혼세편 세계편 순서가 스토리의 흐름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국내편에서는 퇴마사들이 어떻게 만나고 팀이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이후 시리즈에서는 이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은 순간도 있었고, 책이 나온 지 오래된 만큼 지금의 감성과 조금 어긋나는 보수적인 표현들도 있었다. 그래도 작가가 만든 세계관의 힘은 여전히 단단했고, 그 분위기가 나를 계속 다음 장면으로 끌고 갔다.



오디오북으로 듣는 퇴마록 – 장점과 아쉬움

오디오북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청소하면서, 단순 업무를 하면서, 운전 중에, 잠들기 전 타이머를 맞춰 들으며 그냥 ‘소리가 들리는 공간’만 있으면 책이 곁에 있다. 성우들이 캐릭터의 감정과 분위기를 살려 읽어주니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에도 훨씬 쉬웠다.


하지만 단점 역시 있었다.

윌라 퇴마록에서는 한 명의 성우가 여러 역할을 반복적으로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듣다 보면 “어? 또 이 목소리네?”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물론 캐릭터별로 목소리 톤을 바꾸려는 노력이 느껴졌지만, 반복되는 음색이 몰입을 살짝 방해하는 순간도 있었다. 조금만 더 다양한 성우를 섭외했다면 훨씬 완성도 있는 오디오북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또 시리즈마다 낭독하는 성우가 달라졌는데, 시리즈의 분위기별로 성우를 다르게 한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내가 특히 좋아하게 된 목소리가 있었기에 그 성우가 모든 시리즈를 읽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다. 특히 외전의 낭독은 솔직하게 말해 조금 듣기 힘들었다. 그래도 외전 2~3권이 곧 업데이트된다고 하니 기대해 볼 생각이다.



퇴마록과 함께한 즐거웠던 7월~11월

돌이켜보면 7월부터 11월까지의 출퇴근길, 산책할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무심히 재생만 눌러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장단점은 분명 있지만,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성실하게 녹음해 준 성우와 제작진에게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오디오북 덕분에 긴 이야기의 세계 속으로 기꺼이 빠져들 수 있었다.


나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책도 같이 빌려서 보고, 책을 들고 다니기 힘든 상황이면 전자책으로 보면서 들었는데 훨씬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밀리의 서재에서 퇴마록을 다시 들어보고 있다. 윌라와 밀리의 서재는 서로 성우도 다르고 연출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워낙 긴 내용이지만 재미있는 장면들도 있어서 다시 들어보는 중이기도 하다. 어쨌든 아직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내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한 번이라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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