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투박해도 춤이야.

by 오로라

2023년 뉴진스가 데뷔했을 때, ‘와! 정말 기가 막힌다.‘라고 생각했었다. 귀엽고 예쁘고 거기다 노래도 잘 부르는데 춤도 잘 춰. 어쩜 이럴 수가!라고 입을

‘허’ 벌리고 그들의 무대를 보고 또 봤었다. 마치 7년 전, 트와이스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와.. 박진영 안목.. 뭐지?’라는 혼잣말을 했던 것 같다. 데뷔곡 또한 어찌나 찰떡이었는지. ‘플루트~‘ 소리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이제 요정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들의 매력을 더 잘 알 수 있다. 노래와 춤이 어찌나 흥겨운지 무서운 좀비들도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나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종국엔 트와이스와 좀비들은 열광의 댄스 타임을 가진다. 춤을 추고 난 후, 주인공 좀비는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며 인간이 된다. 나는 “와! 진짜 미쳤다.”를 외쳤다.


꼭꼭 눌러 담았던 댄스본능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미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몸치다. 춤을 잘 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흥은 좀 있는 편이라 중고등학생 땐 장기자랑에 나가 춤을 추기도 했다. (타임머신 발명 어떻게 안될까요?)


특히 고등학생 때는 하얀 소복을 입고 ’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따라 췄었는데, 당시 같은 반 친구들은 ’ 너만 코믹댄스였다.‘라고 평가했기 때문에 흑역사 중 최악의 흑역사라고 볼 수 있겠다. 점입가경으로 나의 춤사위가 찍힌 사진이 졸업 사진의 맨 마지막 장에 장식되었고, 그날 이후로 나는 춤에 관해서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철저한 관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 결심을 깨고 싶게 만드는 노래와 춤을 만나게 되었다.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이 변덕을 부리기 전에 행동하기로 했다. 오가며 보았던 집 앞 상가에 있는 방송 댄스 학원으로 가자!


투박해도 괜찮아


댄스 학원의 첫날, ‘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쏟아지는 카운트 소리에 몸을 움직이며 춤을 외워야 하고, 음악에 맞춰 동작해야 했다. 거기다 입으로 카운트를 세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에 입도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몸과 마음이 이도 저도 못하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버리는 경험이었다.


‘원래 3개월 정도는 다들 헤맨다. 그러니 3개월은 다녀봐야 한다.‘라고 말했던 선생님의 말씀에 3개월 치 수강료를 모두를 결제했던 섣불렀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 당장 환불을 할까?’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다음 주에 나갈 ‘OOH-AHH 하게 ‘ 를 생각하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었다.


충동적으로 시작한 댄스의 길은 3개월을 지나 장장 9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열심히 연습하며, 3개월만 더, 3개월만 더! 를 외쳤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한다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선이 두꺼운 투박한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른 수강생들의 기교 넘치는 세련된 춤사위를 흉내 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다 좋아하는 걸그룹의 노래를 춤 때문에 즐길 수가 없다는 것이 슬펐다. 결국,나는 1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학원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나의 댄스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블랙핑크의 붐바야와 휘파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멈추겠는가? 그래서 나는 방송댄스가 아닌 에어로빅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댄스의 자유를 얻었다. 춤 선이 ‘투박해도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는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도 붙었다. 생각도 고쳐먹었다. ‘난 왜 안 되지?’라는 마음을 버리려고 노력했고, 대신에 ‘투박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즐기려 했다. 그러다 보니 절로 신이 났다. 춤은 즐겨야 한다. 어설프더라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응원하며 계속할 수 있게 북돋아 주는 태도를 가지고 말이다. 에어로빅에서 찾은 정답이었다.


넌 꽤 괜찮은 로맨스 소설이야


정식연재를 하거나 챌린지 리그에서 인기 순위가 높은 소설들을 읽어보면서 내가 갖지 못한 재능들을 발견할 때 느끼는 부러움이 있다. 방송댄스를 배우면서 느꼈던 화려하고 세련된 수강생들의 춤사위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에어로빅에서 찾은 정답을 떠올린다. 그러다 보면 ’ 부러움은 그저 부러움으로 남겨두자. 비교하지 말자!‘, ’ 대신 좀 더 많이 읽고, 좀 더 많이 글을 써보자.’라고 마음먹게 된다.


그러면서 생긴 버릇이 있는데, 즐기기 위한 자기 최면이다. 마법 가루를 뿌려주고 칭찬하는 일.


글을 쓰고 올릴까 말까 망설이는 나에겐 ’ 자신감 한 스푼‘과 ”잘했어. 수고했어. “라고 칭찬하기. 그리고 머리에 제목을 달고 낮이나 밤이나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 글에겐 ’ 매력 한 스푼‘과,


“넌 꽤 괜찮은 로맨스 소설이야.”


라고 칭찬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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