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이처럼 나를 잘 표현하는 말을 찾을 수 있을까? 만약 일희일비란 사자성어가 사람이었다면 그건 바로 나였을 것이다. 나이는 마흔이지만 아직도 나는 흔들리는 사람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엔 그 학문을 바로 이해하고 정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흔 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며 쉰에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고, 예순 엔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말일지라도 경청하며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하니 일흔 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실수가 없었다고 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길 지나가는 삼척동자에게 “마흔?”이라고 물어보면 “불혹”이라고 자동으로 대답할지도 모른다.
중학교 한문시간에 처음으로 이에 관해 배웠었는데, 선생님께서 “시험문제로 낼 거니까. 꼭 외워.”라고 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필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도 ‘제발 불혹만은 나오지 않기를.’이라고 바랐었는데, ‘혹’이라는 한자가 유독 연필에 달라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중학생이었던 나는 불혹이 되어도 공자의 반만큼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험 문제 하나에도 “와우!” 와 ”웁스“를 넘나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말 기대에 부응이라도 한 듯 흔들리는 불혹이 되었다.
소설을 올리면 소설의 회차 옆에 조회 수가 자신의 앞날도 알지 못한 채, 위풍당당하게 실시간 카운트를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나의 일희일비 뉴스 본부도 일을 하기 시작한다.
“오늘의 첫 소식입니다. 글쓴이가 이틀 만에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는 며칠 전과는 아주 상반된 태도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회수 기자. “
“네. 조회수입니다. 글쓴이는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글은 하루에 하나씩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하루에 몇 번씩 조회 수를 확인하느라 손가락이 쉴 날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올리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커다란 효과가 있을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뭐.. 어쨌든, 귀추가 주목됩니다. “
”그렇군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해결방법이군요. 안타깝습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텐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조회 수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회수 기자? “
“네. 지금 시각 오후 10시 30분 기준, 조회 수는.....”
글을 올리고 난 후엔,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떠들고 있는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럼 옆에 앉아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남편이 종종 묻는다.
“왜 또 이마에 인상을 팍 쓰고 있어?”
그랬나?
의연한 태도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면 나는 자신이 없다. 물론 겉으로는 의연하게 있을 수 있을지라도 속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난리가 난다. 휴대폰을 보기 전에는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보고 난 후에는 조바심이 나를 지배한다. 왜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약속시각에 늦어서 안달이 나는데 차의 진행 속도가 거북보다 더 느릴 때 생겨나는 그런 조바심. 조회수가 올라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너무 더디게 하나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그렇다. 질리지도 않나 보다. 이런 감정들은 말이다. (재밌냐? 이런 날 보는 게? 요런 잔인한 감정들!)
사실, 조회수를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었을 땐,”우와! 조회수가 올랐어! “라고 신이 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정해진 숫자를 확인하고 난 후엔, 신나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대신 조금만 더 오르면 좋을 텐데 하는 욕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희일비하는 날이 많아졌다.
”야야! 넌 초심을 잃었어. “
”흥! 당연하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는걸? “
”야야! 너 그러면 안 돼. 네가 처음 글을 쓸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며? 네 글을 알아줄. “
”.... 흥. “
마음의 소리가 제멋대로 떠들고 있을 때, 댓글을 발견했다. 내 소중한 단 하나의 댓글이었다. 멍했다.
‘잔잔한’이라는 말에 흔들리던 내 마음도 톡! 하고 멈추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조회수 기자입니다. 당분간 글쓴이가 조회수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조회수를 알려 드리는 뉴스는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글쓴이가 새로운 일희일비 대상을 찾게 되면 그때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바이! “
그래!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