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안정이다.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들에게 느끼는 소속감은 ”넌 혼자가 아니야.”를 넘어서서 ”우린 언제나 네 편이야. “라는 강력한 마음을 느끼게도 한다. 이유 없는 불안에도 가족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이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할 때 느끼는 감정 또한 같다. 행복은 덤이고 말이다.
때로는 일시적인(?) 소속감을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때도 있었는데, 학창 시절에 종종 이런 경험을 했었다. 깜박하고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 ’ 숙제 안 한 학생들의 모임‘이 결성되어 나와 함께 소속감을 누릴 친구가 있기를 바랐었다. 혼자서 벌을 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한 상황에서 안정을 취하기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네. “라고 말할 때 당신의 선택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네!” 대답한다고 해서 내 생각과 다름에도 대다수 의견을 따르진 않는다. 소속감으로 얻는 안정감이 마음속에 불편함을 달고 가는 것보다 더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만장일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 홀로 반대의 견해라면 생각만 해도 덜덜 떨리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나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소수의 사람이 언제나 있었다. ’ 만장일치를 불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하면 좋겠다.
허! 여기서 또 버릇이 나와버렸다. 나 혼자 만의 모임을 만들어 소속감을 느끼는 버릇 말이다.
“야야~ 모여봐~!”라고 신명 나게 외치는 성격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지 못한 매력이 때론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다. 근데 또 웃긴 건, ”나도 끼워줘. “라는 말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 직접 내 발로 찾아가 나를 끼워주세요!라고 한다는 건 정말 진실로 그들과 함께이기를 원한다는 뜻인 거다. 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한다 해도 그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시험 불합격 포함)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슬퍼도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그럴 때 의기소침하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만 아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탈락이나 거절 이후에 찾아오는 실망감이 원인이 되어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정신을 땅 위로 끌어올려줄 기중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4학년을 앞두고 있던 대학교 3학년 때가 떠오른다. 교수님께서 이른바 스펙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4학년이 되면 늦는다. 지금 준비하라! 할 게 없으면 운전면허라도 따거라.”라고 하셨다.
이력서에 뭐라도 적기 위해 따 놓은 사무자동화 산업기사 자격증과 입사를 하고 싶었던 회사의 토익 점수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별생각이 없었던 나에게도 교수님이 하셨던 우스갯소리가 꽤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물론, 이력서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빠 차를 몰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 때문이었다.
방학을 이용하여 아르바이트하며 모아두었던 돈으로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던 합격! 세례에 즐거워하며 자신 있게 도로주행 시험을 보았는데 시험교관님의 입에서 “불합격!!!!!!!! “ 통보가 벼락처럼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내 정신 또한 바스스하고 깨지기 시작했다. 같이 시험을 보았던 또래 남자아이는 합격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트럭을 타고 학원으로 향하는 내내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터덜터덜 재연수를 받기 위해 등록을 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도로 연수 불합격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주 보는 눈빛으로 “야! 너도?” ,” 응! 나도.”를 외쳐대고 있었다. 끈끈한 연대감을 느끼며 모임을 만들었다. 물론, 나 혼자.
’ 아깝게 도로주행에서 불합격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아깝게는 대부분 불합격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붙였다.) 갑자기 흘러넘치는 용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재연수를 받았고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었다.
소설을 연재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시기에 글을 올린 글쓴이들을 알 수 있게 된다. 일주일 동안의 조회 수와 관심작품 증가 수를 합산하여 소설의 등수가 매겨지게 된다. 내 글과 함께 등수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이 연재시기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글들의 제목이 눈에 익게 된다. 그럼 마음속으로 열심히 해보아요!라는 의미를 담아 ’비슷한 시기에 연재를 시작한 글쓴이들의 모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종종, 결과에 실망하여 연재를 중단하는 글쓴이도
있기도 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끝까지 글 쓰는 것을 중단하지 않고 완결까지 끝맺음하는 글쓴이들도 있다. 나도 후자의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모임을 하나 또 만들었다.
’ 포기하지 않는 글쓴이들의 모임‘
그곳에서 나는 ‘이곳에서 당신의 글을 응원하고 있습니다.’라는 의미의 하트를 눌러주고 완결을 축하해 주는 일을 한다. 또한, 나도 그 모임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느끼며 글을 끝까지 쓸 힘을 얻는다.
나만 아는 모임이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나에게 큰 작용을 하니 모임 만들기는 멈출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인정해줘야 할 날이 온 게 아닌가 싶다.
“야! 너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