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공을 하게 된다는 걸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과거의 나란 사람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너무 약해 작은 실패에도 ‘쩍’하고 갈라지는 개복치 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 킵 고잉! 킵 고잉!!! “ 하며 나를 채찍질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성공이라는 보장이 있다면 엉엉 울면서라도 하겠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은 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게 뻔했다. 혼자만의 모임을 만드는 일도 반복되는 실패엔 결국 힘을 잃게 되지 않겠는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실패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좌절감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부질없다 느껴지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거기다 이때껏 노력했던 과정들을 떠올리며 세상 슬퍼지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 감정들을 견뎌내는 일이 너무 힘들어 ‘다시는 경험하기 싫어!!!!‘라는 강력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력서에 채울만할 것들은 모두 채웠다고 자부하며 대학 졸업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잊고 있었다. 스펙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말이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소위 스펙이 빵빵한 사람을 뽑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다들 이력서의 한 줄을 위해 달려가기 시작했고 나도 그들 사이에 존재했었다. 물론, 만족의 척도가 달랐던 나는 ‘두 개 정도면 뭐! ’라고 생각하며 경쟁의 달리기에서 걷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흠흠.. 변명이 길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과거의 일이니 그렇다고 하자.)
어쨌든, 나의 첫 이력서는 나를 취업의 문 앞에 데려다 주기에 실패했다.
빠바바밤!! 빠바바밤......
불합격 소식을 접한 순간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귓가를 때리는 환청과 함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좌절감을 맛보았다. 도로주행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슬픔이 몰려오며 다시 경쟁에 참여할 의욕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고향에서 학원 강사 일을 하게 되었다.
이력서를 수정하여 제출하고 시강을 준비하였다. 원장 선생님 포함 일곱 명의 학원 선생님들 앞에서 덜덜 떨며 시강을 했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행히도 두 번째 이력서는 나에게 합격을 가져다주었다.
학원 생활은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았다. 수업 시간이 끝난 후에 내일 가르칠 진도를 확인하고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가르쳐야 했기에 오후 3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수업을 해야 했는데 그 순간들이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입만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적성이다.’라는 생각마저 했으니 아마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모자랐을 나를 좋아해 주고, 덕분에 시험을 잘 보았다고 활짝 웃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던 아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새삼 또 깨닫게 된다.
그렇게 취업의 기회를 엿보겠단 심산으로 준비했던 강사의 일이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첫 이력서의 실패는 나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후로 나는 자잘한 실패를 여러 번 맛보았다. 그것들은 나에게 흔적을 남기고 떠났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 흔적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을 약하게 만들어 ‘실패? 별것 아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하나는 좌절감에 녹다운되어있을 때 예전보다 더 빠르게 일어설 힘을 주었다.
모든 실패의 경험들이 좋은 흔적이 되어 나는 좀 더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되었다. 예전엔 조금만 손대도 픽하고 쓰러져버리는 개복치였다면 지금은 웬만해서 깨지지 않는 방탄유리 정도는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패는 적응하기도 힘들고 좋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글쓰기엔 실패가 없으니까 말이다. 무언가를 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이니 실패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실패가 알려 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쫄보에게 실패가 주는 선물인 건가? 그렇다면 고맙게 받아야겠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