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내 팬은 결국 나 자신
글을 쓰는 건 길 위의 혼잣말 같다.
문제는 그 길이 국도도 아니고 고속도로도 아니고, 자꾸 U턴 표시만 나오는 동네 골목이라는 점이다.
혼잣말을 끝까지 듣고 웃어 줄 사람이 있을까? 이 질문이 내 글쓰기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원고를 완성하면 나는 혼자 북클럽을 연다.
회원은 단 한 명, 회장도 단 한 명. 바로 나.
모니터를 바라보며, "와. 이건 인정." 하고 감탄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줄에서는 "와. 이건... 좀 아니다." 하고 투덜댄다. 심지어 혼자 소리 내 읽으면서 배우 흉내까지 낸다. 남주의 목소리를 굵직하게 깔고, 여주는 얇게 톤을 올린다. 중간엔 심사위원처럼 끼어들며,
"아.. 이게 최선인가요?"라고 혹평을 한다.
북클럽이라기보단 '연극반 발표회 겸 오디션 심사 겸 덕후 감상회'를 혼자서 돌려 막기 하는 느낌이다.
브런치에 글을 오릴 때도 마찬가지다. 글을 올리고 제일 먼저 내 글을 클릭해 들어가는 건 나다.
그 모습이 때론 씁쓸하면서도 웃기지만, 나는 내 글의 팬클럽 회장이자 유일한 회원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가끔은 조회수가 오를 때도 있다. 숫자가 늘어나면,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새로 고침 하며 집계원처럼 들여다본다. "누가 읽었을까? 어디서 들어왔을까? 그 사람은 내 글을 끝까지 다 읽었을까?"
상상의 독자를 3D 홀로그램처럼 소환한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내 글을 좋아해 준다는 건 꼭 "잘 썼다."라는 평가일 필요는 없다.
글이 세상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이미 누군가의 시선은 닿아 있다.
그 시선 자체가 작은 응원이다.
아직 내 글을 읽고 크게 웃어 주거나, 눈시울을 붉혀 줄 독자는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생길 거다.
퇴근길 버스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내 글에 킬킬 웃으며 옆 사람의 눈치를 보는 누군가.
카페 구석 자리에서 커피를 식혀가며 내 문장을 따라가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누군가.
피곤한 하루 끝에 침대에 누워 내 글 한 편에 마음을 풀고 잠드는 누군가.
그 상상 하나가 오늘도 나를 쓰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또 혼잣말을 이어간다. 내 글을 제일 먼저 읽어 주는 독자는 늘 나 자신이다. 때론 자책하고, 때론 감탄하며, 여전히 혼자 북클럽을 열지만, 그 과정이 결국은 나를 지탱한다.
언젠가 이 혼잣말의 길 위로 다른 발자국이 찍힐 날을 믿는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내 글을 제일 좋아하는 독자라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