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로맨스 소설을 쓴다.

난 유부녀인데 로맨스 읽어도 돼?

by 오로라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운 법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이 속담을 깊이 이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거기다 로맨스라니!


로맨스 소설이 유행이었던 시절?


로맨스 소설이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에 대해 관심이 커지는, 그래서 이성에게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 말이다. 그 시기가 아마도 나와 내 주위의 친구들에게는 고등학교 때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친구들이 자신이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돌려보고 했던 그 시절에도 나는 로맨스 소설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나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이었으니 로맨스가 눈에 들어올 리가. 그러니 로맨스 소설을 대여한 친구에게 “제발! 너 보고 나 좀 읽게 해 줘!”라고 애원하며 줄을 서는 일도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로맨스 드라마보다는 스릴러나 코믹 드라마 시청을 더욱 즐겼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성향 때문이지 않나 싶다. 순정만화보다도 소년만화를 대여하여 남동생과 깔깔거리며 봤던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 로맨스 웹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친구는 웹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보여주었다. 친구의 웹 소설 서랍장 안에는 다양한 장르의 웹 소설들이 들어있었는데그중 그녀가 가장 많이 담아둔 소설의 장르는 로맨스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녀의 로맨스 서랍장은 꽉 차 있었다.


“로맨스? 유부녀가 봐도 돼?”


라는 내 질문에 이게 무슨 거지 같은 질문이가?라는 표정을 짓는 친구의 표정을 보았다.


“안 되는 이유가 있어?”

“아니. 그냥 뭐.. 야한 거 아니야?”

“야한 게 뭐?”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혼한 여자라서, 아니면 아기를 낳은 엄마라서 볼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듣고 보니 그러네.


친구의 말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친구는 답답하다는듯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런 개연성 없는 로맨스는 없다고 말이다. 웹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겐 그들만의 서사가 있고 그 속에서 사랑이 꽃 피는 것이라고 말이다.


“야! 우리들도 그렇게 결혼한 거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남편과 나 사이에도 이야기가 있고 사랑이 있었다. 물론, 웹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대단한 미남미녀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도 로맨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내 마음속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게 뭐라고 딱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제일 근접한 표현은 ‘부끄럽다’였다. 그런 내 마음을 내 얼굴에서 읽었는지 친구는 한 마디를 더 던졌다.


“그리고 그렇게 막 야하지도 않아. 19금 소설은 다 잘려."


근데 넌 왜 로맨스를 읽어?


친구는 자신이 읽었던 웹 소설 중 재미있었다는 소설을 추천해 주었다.


“이거 읽어봐. 진짜 재밌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소설을 관심 웹 소설로 지정해 두었다. 정말로 마음이 동할 때 읽어봐야지 하고 말이다.


“ 근데 너는 왜 로맨스를 읽어? “

”아... “


순간 친구의 얼굴에 수심이 지나갔기에 내 질문이 정말 영 아니었나 싶어 얼른 말을 덧붙였다.


”다른 뜻 없어.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냥. 지금 남편하고 로맨스가 없어서 그런가? 보면 연애시절도 생각나고 그래..”


친구의 말이 마음에 꽂혔다. 그건 아마도 결혼을 하고 나서 찾아온다는 -물론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권태기가 아닌가 싶었다.


한때 나도 권태기라는 단어의 뜻을 검색해 볼 만큼 심각하게 남편과 나의 사이를 정의하려 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만약 그녀가 ’ 권태기‘를 느끼고 있다면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세글자에 담겨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말이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다음말을 기다렸고 역시나 그녀는 ’ 권태기’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누군가에게는 힐링


권태기의 극복 방법으로 로맨스를 택한 친구. 그녀에게 로맨스 소설은 힘이 되어주는 존재이자 힐링의도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리고 혹시 우리 나이대의 많은 여성들이 ( 로맨스를 사랑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되자 로맨스 소설에 대한 나 혼자만의 부담감이 쑥 하고 내려가 버렸다.


거기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정말 우습게도 얼른 소설을 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로맨스 소설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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