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로맨스 소설을 쓴다.
우리 동네엔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어 본 사람은 없다는 아주 유명한 닭볶음탕집이 있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모두가 입을 모아 그곳에서는 꼭 닭볶음탕을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고 나서 항상 붙는 말.
”근데 매워. “
매운걸 잘 못 먹는 나에게 그 유명한 맛집은 관심밖의 식당이 되었다. 그 식당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어도,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다고 해도 내 취향과 맞지 않았기에 고민 없이 털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닭볶음탕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어후.. 싫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저녁 만들기가 귀찮았던 나는 그를 따라 그 맛집에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씁.. 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맵겠구나. 못 먹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내 코로 들어오는 닭볶음탕의 냄새는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와는 매우 상이했다.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말이다.
드디어 맛본 닭볶음탕의 맛은?
정말 맛있었다. 매웠지만 맛있었다. 통증으로 다가오는 매운맛이 아닌 감칠맛으로 느껴지는 맛. 내가 먹어보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맛을 느꼈다.
로맨스 소설도 그랬다. 닭볶음탕과 같았다. 접하지 않아서 몰랐지만 접하게 되고 난 후엔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 나는 낯을 많이 가렸다. 그래서 동생이 항상 나와 같이 다니며 시간을 같이 보내곤 했다. 그런 우리 남매에게 딱딱 맞는 취미가 있었는데 책방에서 만화책 빌려보기였다.
일주일에 한 번 용돈을 타면 그 돈을 모아 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린 명탐정 코난, 김전일, 아기와 나, 더 파이팅, 바람의 검심, 슬램덩크, 몬스터 등의 만화를 만났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생의 취향을 그대로 내가 받아들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취향이 나에게 딱 맞았기도 했고 말이다.
한때, 순정만화를 빌려보기도 했지만 이내 곧 다시 내 취향을 찾아 소년 만화로 눈길을 돌렸었다. 그렇다고 순정만화가 재미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본의 아니게 취향을 가두고 살았던 건 아닌가 싶다. ‘난 원래 이런 이야기를 더 좋아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단 하나의 길로만 나의 관심을 가둬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니 다른 여러 장르를 접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취향이 생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읽어보질 않았는데 알턱이 있나.
그걸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건, 내 웹소설 서랍장에 저장되어 있는 단 하나의 로맨스 소설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클릭을 하고 읽어 본 로맨스 소설은 여러모로 신세계였다. 순정만화와는 달랐다. 물론,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것은 같지만, 묘사가 달랐다.
대단히 잘생긴 남자와 엄청나게 귀여운 여자. 둘의 첫 만남은 서로에게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여러 사건과 맞물려가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이렇게 감질날 일이야?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서로 오해하며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하게 되었을 때나, 갑자기 잘 흘러가는 로맨스에 초를 치듯 빌런들이 등장하였을 때.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이 매력.
물론, 알고 있다. 둘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알고 있는데도, 읽게 된다. 때론 이해가 되지 않거나,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완결이 나고 나서 느끼는 후련함과 이 둘의 사랑의 여정에 내가 같이 했다는 것이 즐거워지기까지 한다.
다 읽고 나서 ‘나 로맨스가 체질인가 봐.’를 외쳤다. 이렇게 재미난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접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취향의 바구니를 활짝 열어놓으니 새로운 취향이 바구니 안에 정착했다.
어후.. 하마터면 로맨스를 모르고 살뻔했는데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