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엄마는 로맨스 소설을 쓴다.

by 오로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주인공]이라는 단어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김원준의 [show].


쇼!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쇼! 룰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난 할 수 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이 노래를 들었을 땐, 신이 나는 멜로디가 좋았고 그 후엔 이 노래의 가사가 좋았다. 이 세상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고 말해주는 이 노래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도 흥얼거리기도 하고 노래방에서는 분위기를 봐가며 열창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엔 아무 생각 없이 누워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쇼는 끝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한다.’라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말이 깨달음처럼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런 오글거리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때의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는 15살. 지금은 그 순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예전보다 쉬워졌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결핍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주인공과 결핍의 상관관계


소설을 쓰기로 한순간부터 머리가 아프게 생각한 건 바로 주인공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결핍. 나는 결핍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기로 했다지만 소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결핍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핍으로 독자들에게 공감과 동정의 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모두가 경험하지 않았나? 주인공의 결핍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 캐릭터에게 공감하게 되고 그가 인생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며 응원하게 된다. 하물며, 매력적인 악역은 어떠한가?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며 악행에 대한 반감이 줄어드는 요상한 상황도 겪게 된다.


결핍이 크면 클수록 캐릭터에게 가는 마음은 더 커진다. 고로 캐릭터에 대한 서사, 그리고 그 서사를 만들어 주는 결핍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의 주인공에겐 어떤 모자람을 줘야 하는가? 머리가 터져나가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자꾸 들수록 마음 한편으로는 내 소설의 주인공은 좀 평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캐릭터. 모자람도 없지만 넘치지도 않는 주변환경. 상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주인공들의 결핍을 말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결정 후회하게 될 거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다수의 사람이 가는 길로 가! 그러면 중간이라도 갈 수 있어!!’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질문을 해보았다.


소설의 글쓴이가 되고자 했던 건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던 것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왜 망설이시나요? 혹시, 당신은 소설의 유명세를 원하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제가 쓴 소설이 유명해질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이 읽어주기를 바라기는 합니다만...


좋습니다! 그 정도의 욕심은 허용 가능합니다. 그럼 글쓴이여! 결정한 대로 밀고 나가십시오. 그게 답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의 소리를 묻어버리기로 했다. 고민거리가 사라지자 남주와 여주의 직업 및 성격, 등장인물들과 주변 상황들이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거기다 직업이 정해지다 보니 커다란 이야기의 축이 생겼다. 아주 잘 된 일이었다. 진도가 나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소소하고 잔잔한 로맨스 소설을 위하여.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함은 있는 것이다. 내 소설이 평범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 줄지도 모른다.


자~ 그럼 이제 소설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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