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아가는 건 원래 언제나 힘들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시의 화장실 홍보 프로젝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로,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도쿄 내의 여러 화장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인 “빔 벤더스” 감독은 단순히 화장실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 인물의 일상 속에 스며든 화장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한 인물은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히라야마”이다. 히라야마의 일상은 뻔하고 동일하다. 아침에 밖에서 들려오는 비질 소리에 잠에서 깬 그는 화장실 청소 업무를 할 준비를 하고 음료를 뽑으며 차를 운전한다. 운전 중에는 올드팝을 들으며 청소할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에 도착해서는 본인만의 루틴으로 화장실을 아주 깨끗이 청소한다.
여기서 동료는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는 핀잔 섞인 말을 건네지만 그는 아주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수행해 나간다. 점심은 공원 벤치에 앉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볕을 받으며 먹고, 화장실 청소 업무가 모두 끝난 이후에는 목욕탕을 들렀다가 본인이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맥주 한잔을 곁들인다. 그러고 난 뒤에 집에 도착해서는 잠이 들기 전까지 스탠드 불빛에 의지한 채 책을 읽는다. 그렇게 히라야마의 하루는 끝이 난다. 그다음 날 또 비질 소리가 들려오면 잠에서 깨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서점을 들리거나 세탁소를 방문하고 또 다른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일상의 반복 속에서 히라야마에게 하나둘 이벤트가 생긴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짝사랑 상대와 만나서 올드팝 테이프 처분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익명의 대상과 게임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조카가 가출한 채로 자신을 찾아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여동생과 재회해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말을 들으며 과거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동료 직원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일상이 깨질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때 히라야마는 본사를 향해 처음으로 다른 감정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베일에 감춰진 히라야마에 대해 우리는 무언갈 알 수 있었다. 좀 더 좋은 길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일상을 지키는 것이 히라야마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다른 사람들의 무례나 당황스러운 행동에 큰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던 히라야마도 그런 일상이 침해받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안다. 우리는 이걸 통해 히라야마에 대해 한 뼘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일상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히라야마에 대해 뭐라도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히라야마의 일상 만을 집요하게 보여줄 뿐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히라야마는 말도 적어서 거기서 얻을 정보도 굉장히 적다. 그래서 이런 사건과 행동은 히라야마와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지켜낸 히라야마는 오늘도 비질 소리에 잠에서 깨고 집 앞 자판기에서 가는 길에 마실 음료를 뽑아 차에 올라탄다. 차에는 똑같이 올드팝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히라야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그 표정은 마치 이 일상이라는 것은 가만히 있는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게 참 위로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해내가고 일상을 지나오는 것이 참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에서 ‘괜찮아, 잘될 거야.’ 보다 ‘원래 힘든 거야.’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아서 이게 참 힘이 되었다. 이를 구현해 낸 코지의 연기력은 정말 대단했고, 이런 단순한 영화 속에서 큰 울림을 주면서 또 화장실 소개까지 완벽하게 해낸 빔 벤더스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P.S.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