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지나 일출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무대
영화 “씨너스: 죄인들”은 1932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의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흑인 쌍둥이 형제인 “스모크”와 “스택”의 좌충우돌 술집 영업 기를 그린 영화이다. 실은 표현은 저렇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아주 핫하다. 술집 “주크 조인트”를 열기 위해 자기 친척 동생 “새미”와 주변에 장사를 도와줄 사람들을 영입하며 열을 올리던 둘은 과거의 인연과 조우하며 묘한 기류를 보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고, 주크 조인트의 오프닝 파티가 열리는데 여기에는 정말 많은 흑인들이 찾아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파티를 즐기며 영화는 점점 클라이맥스에 다가간다.
여기에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흑인과 1930년대라는 장치를 잘 활용해 블루스라는 장르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블루스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새미의 노래와 어떤 경지에 오른 “델타 슬림”의 연주는 실제로 그 시대에 그 동네에서 있을 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둘의 무대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이게 참 기묘하다. 어떻게 보면 그 장면은 영화의 몰입을 깨는 장면이다. 갑자기 내레이션이 등장하고, 다른 시대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 영화의 이전 장면과는 연결이 되지 않는 멀티버스가 펼쳐진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곧바로 또 적응을 하게 된다. 영화를 잘 만들고 음악을 잘 활용해서 그런 것인지 당황스러움은 순간이고, 이후부터는 바로 영화에 몰입해 장면과 음악을 즐기게 된다. 특히 여러 시대에 다양한 장르가 같이 나오면서 한 무대를 구성하는 것은 이 영화의 정체성과 색깔을 모자람 없이 보여주는 것인데, 이러한 것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조금 더 흘러가며 이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블루스와 인종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와 호러가 주된 소재인 영화이다. 그래서 뱀파이어인 “렘믹”과 그 일행이 주크 조인트를 방문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렘믹은 전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어김없이 주크 조인트의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 뱀파이어의 힘과 속도는 많이들 알고 있듯이 인간의 것을 초월하는데, 그 뱀파이어가 어떤 건물에 들어가려면 항상 허락이 필요하다. 이게 참 재밌는 포인트였다. 힘을 써서 강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 하나도 예외 없이 허락을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 규칙으로 인해 영화에서 렘믹과 스모크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단순히 겁을 주고 무섭게 만들고 쳐들어가서 전부 물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토론 테이블이 있는 것처럼 두 집단이 서로 대화를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스모크 일행과 뱀파이어에 물린 사람들 간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고, 해가 뜨기 전까지 두 집단의 치열한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새미는 목숨을 구했고, 자신의 아버지가 목사로 있는 교회로 급하게 도망친다. 그리고 스모크는 주크 조인트 앞에서 자신의 짐을 풀며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한다. 바로 자신에게 건물을 판 사람과 다른 KKK단원들의 공격에 맞서는 전쟁이다. 실은 렘믹은 그전에 스모크에게 건물을 판 사람은 그 지역 KKK의 주요 간부였고, 다음날 그들을 몰살하기 위해 술집으로 쳐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러면서 뱀파이어는 차별이 없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었는데, 그로 인해 스모크는 홀로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 장면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영화에서 1인 2역을 맡으며 자신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마이클 B. 조던”은 킬 몽거가 재림한 듯 총으로 그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하는데, 이 엔딩이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멋있고 화려했던 엔딩이었다. 특히 총을 맞으면서도 앞으로 전진하는 스모크는 정말 멋있게 나왔다. 그리고 새미 또한 멋있는 엔딩을 만들었다. 기타를 버리고 사탄의 곁에서 하나님 곁으로 나아오라는 아버지의 말을 뒤로한 채 마을을 떠났다. 그 전날 밤 스모크는 새미에게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그들과 함께 살라는 조언을 듣지만, 그것과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블루스의 대가로 남는 결말을 맞이한다.
이 내용을 다시 복기해 보니 이 영화는 정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음악이면 음악, 호러면 호러, 또 액션이면 액션 모든 것이 치사량 수준으로 영화에 담겨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쾌감에 몸을 맡긴 채 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등장한 인종에 대한 복잡한 설정과 종교를 넣은 포인트가 좀 아쉬웠다. 인종은 단순히 백인의 흑인 차별로만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거기에 뱀파이어가 등장하면서 순결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또 인디언은 그들을 쫓는 모습이 괜히 영화 해석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특히 이 내용이 많이 담기지 않아서 더 그러기도 했다. 그리고 종교에 관한 내용은 좀 거슬렸다. 마늘이나 나무로 뱀파이어를 찌르는 샤머니즘 같은 성격의 종교가 아니라 실제 개신교의 내용이 간혹 등장하는데 이것도 너무 조금 등장하는데 그 임팩트만 세서 영화를 보는데 좀 거슬리는 포인트였다. 이 두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했다면 오히려 더 재밌게 영화를 감상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던 부분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즐기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영화이고, 주는 대로 받아먹으면 되고 연주하는 대로 들으면 되는 영화라 너무나도 좋았다. 엔딩도 너무 멋있게 잘 뽑혔고, 쿠키 영상도 너무 좋았다.
P.S. “전설에 따르면 진실된 연주로 과거의 영혼을 불러내고 미래의 영혼도 불러내고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무는 이들이 있다고 해.” “그날 밤이 있기 전까지, 그날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