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아있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일 뿐
영화 “큐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대표작으로, 많은 사람이 공포 영화 명작으로 꼽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귀신이나 무서운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인물과 스산한 음악,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최면 및 연출이 이 영화를 명작으로 만든 것이다. 특히 극 중에서 최면은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로 나오는데, 이를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자세하게 보여주면서 이로 인해 관객들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최면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진 않으며 그렇게 비밀스러움도 가져갔다. 그래서 막이 내린 이후에도 관객은 영화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마미아”는 무엇을 전도한 것일까? “타베케”는 과연 최면에 빠진 것일까? 아니면 이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각성을 한 것일까? 타베케는 마미아 다음의 전도자가 된 것일까? 이러한 생각들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되어 영화가 가지는 스산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최면 이외에도 공간을 통해서도 많이 형성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제한된 공간에 갇힌 것처럼 인물을 배치해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 공간은 꽤 자주 어두컴컴했으며 생기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공간 연출 또한 관객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데 효과적이다. 관객은 마미아에 대해 타베케와 함께 추리하는데 정보는 얼마 주어지지 않고 영화에서는 계속 제한되고 어두컴컴한 공간만 비춰주니 이것이 답답하게 다가오고, 결국에는 압박감까지 느낀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컨셉은 보통 관객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부터 엔딩크레딧까지 완벽한 컨셉을 설정하고 유지하여 이를 통해 관객을 설득하고, 또다시 자신을 선택하게 한다. 이는 많은 감독이 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 그리고 여러 관객이 다양한 평과 해석을 하며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이다.
P.S. “치유하라. 칼을 들고 치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