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군만두, 감금 그리고 해방... 왜 그랬던 걸까?
영화 “올드보이”는 충격이라는 의미에 가장 가까운 영화일 것이다. 15년간 낯선 공간에 갇혀 군만두만 먹는다는 초반의 소재와 악행 자서전, 산 낙지, 장도리, 요가, 특히 결말은 정말 말 그대로 ‘충격’이다. 나도 이 영화를 개봉 당시에 본 것이 아니고 20년이 더 지나서 봤는데도 충격적이었고, 아름다웠다. 평범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과 장면들, 일반적이지 않은 대사들은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거기에 계속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품격까지도 얹어준다.
이런 것들을 다시 곱씹어 보면 참 신기한 영화다. 영화 내내 불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오대수”라는 캐릭터로 이를 표출한다. 관객에게 “누구냐 넌”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너”에 대한 추리를 같이 이어가게 하는데, “박찬욱” 감독은 생각보다 명쾌하고 빠르게 답을 던져 준다. 영화 속에서 오대수가 “이우진”과 오대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복잡하게 꼬아놓지 않았다. 관객에게 힌트를 조금씩 주며 범인 추리를 유도하기보단 추리하지 말고 지금의 느낌과 감정에 집중하라는 듯이 그냥 계속해서 답을 던져주는데, 이 또한 그러하다. 마치 감독 자신이 이 영화 속에서 절대자인 것처럼 영화를 만들고 관객을 대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등장하는 특징과 캐릭터, 대사, 배경 음악 등은 모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박찬욱 감독은 이를 해낸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 내는 요리사처럼 박찬욱 감독은 본 적 없는 너무나도 대단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충격’이다. 올드보이는 그 어느 부분에서도 평범하지 않고 다음 장면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며 관객으로 하여금 충격이 무엇인지를 체감하게 한다. 그래서 올드보이는 ‘충격’의 의미 그 자체이다.
P.S. “누구냐 넌”,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오대수는요. 말이 너무 많아요.”,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