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세계의 주인"

그럼에도 내가 있는 세계는, The World of Love

by CRANKWITHME

영화 “세계의 주인”은 “우리들”과 “우리 집”으로 평단의 인정을 받은 “윤가은”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으로, 개봉 전에 토론토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인 플랫폼 섹션에 초청되며 기대를 모았다. 우리들에서 보여준 역량으로 인해 팬들은 차기작에 큰 기대를 품어 왔으나 소식이 너무 없어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해가던 시점에,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지만 팬들은 다시 기대할 만한 소식이었으며 다른 영화에 비해 적었던 시사회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혹시나 하는 걱정도 커져만 갔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봤던 영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계의 주인은 상영 내내 주인공인 “이주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관객은 단순히 그의 일상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주인과 가족의 삶에 완전히 동기화된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낯설고도 생생한 순간들이 이어지고 그때마다 밀려오는 감정 때문에 영화를 보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그 힘듦은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대사 없이 현실에서 있을 것 같은 장면을 관찰하며 순간순간의 불편함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은 이전에는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윤가은 감독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세계를 살아왔길래 이전에는 아동 영화에 한 획을 그었으면서 이번엔 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던 것인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진짜 드물게도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왜 거기 있는지 납득이 되고, 대사 하나하나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지향점은 또 너무나도 공익적이다. 그러면서 그곳을 갈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또 너무 힘들어진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처럼 결국 누군가에겐 이 영화가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이것은 이제 고작 장편 3편을 만들었고, 이렇다 할 상업 영화는 없는 윤가은 감독이 만든 놀라운 성과이다. 올해는 특히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의 작품이 많이 개봉했거나 앞두고 있는데, 그 속에서도 이 성과는 최상위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왜 윤가은 감독에게 그동안 기대를 걸었고, 또 그 기대가 한때 실망으로 변하려 했는지를, 이 영화 한 편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제 윤가은 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작품을 자주 만드는 것이다. 과연 차기작도 좋을 것인지, 많은 대중이 좋아할 작품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제 풀렸으니 제발 다작하는 감독이 되기를 바란다.


P.S. “나 자신이 용서가 안돼.”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된 댔는데.” “이젠 정말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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