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쩔 수가 없다고 내뱉지만 그것이 진짜 맞는지에 대하여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에서 퇴직한 “유만수”의 재취업 기를 그린 영화로, 그 안에서 남성성과 가족 구조 그리고 개인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만수는 계속된 취업 실패를 타계하기 위해 경쟁자 제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만수는 처음엔 화분 하나 던지는 것을 망설이던 사람이었지만 점차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 죄책감을 상실하는 사람으로 변모해 간다.
계속된 실패 끝에 각성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는 내용은 정말 수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이다. 여기서 이 구조를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다른 영화와의 차이점이 된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그걸 굉장히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박찬욱 감독은 그런 흔한 구조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우선 좋은 배우를 썼다. “이병헌” 배우부터 “손예진” 배우, “이성민” 배우, “차승원” 배우 “염혜란” 배우, “박희순” 배우 등 어떤 작품을 나와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 배우들을 데리고 그들이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역과 대사, 액션을 줬다. 이성민 배우에겐 술에 찌든 채 모든 것을 놓아버린 중년의 역할을, 염혜란 배우에겐 특유의 남들과는 다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을, 차승원 배우에겐 시련 속에서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 그러면서 관리도 놓지 않은 듯한 중년 역할을, 박희순 배우에겐 제일 마초적이지만 그 안에서 지질함이 새어 나오는 역할을 줬는데 각자 배우들의 이미지와 연기에 아주 잘 부합했다. 거기에 이병헌 배우와 손예진 배우에게도 이미지와 잘 부합되거나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역할을 주면서 영화 자체의 재미를 더했다.
그런 와중에 이 영화는 꾸준히 남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부장제와 더불어 앞선 세대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남성의 역할과 특징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을 밝히듯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그중에 화분과 소주를 활용한 연출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취업을 위해 화장실 앞에서라도 무릎을 꿇던 남수가 화분을 머리 위로 들었을 때 그 안에서 물이 흘러 내려오는데 마치 오줌을 맞는 수모를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꼭 이 사람의 남성성과 그로 인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구범모가 면접을 위해 집에 있던 소주를 버리던 장면은 마치 힘이 약해진 중년 남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름의 유머 포인트가 되었다. 이 둘을 이렇게 이어서 생각한 데는 아무래도 이 영화 속의 남성과 가부장제에 대한 묘사에 있다. 이 영화는 남성을 철저하게 돈을 벌어와야 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것이 남성성의 전부이고 존재의 이유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남성성을 잃게 되는 퇴사자는 따로 장어 선물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퇴사해서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남성은 결국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최선출”은 돈 잘 버는 직업은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자산인 집이 섬에 있어서 아내와 별거 중이고 사이도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 속 남성들은 전부 다 자신의 남성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아이러니는 ‘누가 먼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느냐’에 있다. 구범모는 아주 중요한 입찰 건을 따내고 올해의 펄프맨 상도 수상했지만 결국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고시조”는 입찰 건에서는 실패했지만 올해의 펄프맨 상을 다음 해에 수상할 정도로 유능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구조조정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유만수 또한 제지업계에서 성공한 직장인이었고 올해의 펄프맨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도 구조조정 당했다. 그런 유만수가 최선출을 만나면서 했던 얘기 중에 뒷돈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제지회사 월급으로는 이런 생활이 유지가 안될 거라면서 나온 얘기로, 최선출이 뒷돈을 받으면서 일해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최선출은 그 넷 중에 유일하게 올해의 펄프맨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다만 최선출은 뒷돈을 받아가며 재산을 늘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나머지 셋은 자신의 특출 난 능력을 정당하게 사용해 남성성을 지켜왔으며 가족을 꾸리고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보잘것없었고, 그 무력감 앞에서 각기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선출은 나쁘지 않은 상황 속에 있었고, 적어도 돈은 계속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만수 또한 나중에는 이들을 모두 죽이며 남성성과 가족을 지키게 되었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보는 관객들도 남성성에 대한 의문과 어려움이 커갈 때쯤 영화는 가족의 변화를 보여준다. 만수의 가족들은 이상한 만수를 보며 더 이상 예전 같을 수 없다. 선출 또한 가족을 지키고자 한 결정이었겠지만 결국 가족은 떠나갔다. 이런 것을 보면 영화는 남성성과 가부장제는 더 이상 가족을 지탱하는 뼈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가족의 문제를 더 이상 가장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혼자 짊어지려고 할수록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게 되고 아들은 사고를 치는 것처럼 가족과 함께 문제를 나누고 같이 푸는 것이 더 합당한 방법일 것이다. 결국 재취업했지만 AI에 밀려 결국 또 쫓겨날 운명인 만수도 답을 찾은 것은 아니고 단지 시간을 좀 더 번 것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내와 아들은 만수를 예전과 같이 대할 수 없고 리원은 엄마에게만 연주를 들려준다. 과연 어떻게 해서든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만수의 선택은 끝까지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P.S. “No Other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