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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선물을 고르는 것에 대한 고찰

엄마 선물은 왜 이리도 늘 어려울까. 매년 난제인 이 고민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 그리고 부모님 생신. 매년 있는 날들이지만 어찌 보면 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들인 내가 어떻게 행해드리느냐에 따라 그날 부모님의 기분이 좋으시거나, 혹은 좋지 않은 상태로 며칠 이상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겉으로 티를 잘 내시는 분은 아니다.


이런 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찾아뵙고 같이 식사를 하거나 데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드리는 것 아닐까? 어머닌 항상 이런 날들 전 미리, 누나와 내가 어릴 적부터 무언가 쓸데없는 것을 사 오지 말라고 당부하시곤 했다.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었다. 어릴 때 난 종종 케이크도 사가곤 했는데, 잘 안 먹는데 왜 사 오냐고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사실 맞는 말씀이었다. 우리 가족은 고기 취식에 임할 땐 대식이지만, 단 음식에 대해선 그러지 못해서 종종 남기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언제부터인가 그런 날들 때 케이크도, 꽃도 안 사들고 귀가하게 되었다. 오히려 꽃은 기념일이 아닌 날 갑자기 드리곤 하는데, 그걸 더 좋아하신다.


올해는 어버이날이 주말이라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주중에 같이 두 번이나 식사는 했는데, 아직 선물을 드리진 못했다. 이전까진 보통 현금을 드리기도 했지만, 이건 가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게 돌아오기도 했기에 언제부턴가 '그다지 좋은 선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실체로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버지 선물은 다소 쉽다. 사드리면 뭐라 하지 않으시고 그냥 받아서 쓰시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 스마트워치를 선물해 드렸는데 운동을 하시면서 너무나 잘 쓰고 계셔서 기분이 좋았다. 정말 필요하셨고, 자주 쓰실 수 있으셨기 때문이다. 여기에, 히말라야를 같이 가서 촬영한 사진들을 엮어 앨범을 곧 만들어 드릴 예정이다.


그런데 어머니 선물은 이건 뭐 고객사의 컴플레인 건을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난제다. 정말 유용한 것을 드려야 하는데 쓸데없는 것을 사면 잔소리를 듣기 일쑤이기 때문. 그래서, 요새 생각하고 있는 건 조금 늦더라도 '정말 필요한데 직접 사지 않으시는 것'이 무언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있다. 누나한테 슬쩍 물어보니, 건강 의학품을 샀다고 한다. '아, 그렇지!' 이미 누나가 선수 쳐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영양제들도 필요한 건 이미 어머니가 사두신 거 같은데. 또 유용하실 게 뭐가 있을까? 뭐가...


매년 난제인 이 퀘스천은, 올해도 렇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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