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의 정취를 몸소 느끼며 우린, 그저 올랐다

희랑 부자의 네팔 히말라야 ABC 트레킹 #여행 5일(트레킹 3) 차

5일 차(트레킹 3일):
어퍼도반(2,600m)-> 히말라야(2,920m)-> 데우랄리(3,200m) 숙박
트레킹 3일 차 아침 6시

전날 간밤부터 기온이 10도 이하로 느껴지면서 좀 추웠지만, 우리 부자는 모자도 쓰면서 머리부터 보온도 신경 써가며 잘 잤다. 고산 약을 먹지는 않았으나, 이따금씩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한두 번 갔지만 고산에 오르면서 소변이 마려운 게 당연하다는 내용을 책에서 봤었다. 참고로 고산 약인 다이아목스를 먹으면 이뇨를 해주는 성분이 들어가 있기에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게 당연하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날이 밝아지면서 포터들도 보였다.

여행을 마친 이후 이렇게 여행기를 써서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도 공유하고 있는데, 어퍼도반에 도착한 그날 인사를 나눴던 옆방 한국인 네 형님들 중 한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이런 타지까지 와서 만나는 한국 분들은 더더욱 반갑고, 난 여행에서 만났던 이런 인연들이 이젠 전 세계에 뻗어 있어 어디를 가도 대체로 지인들의 지인들과도 연결이 되는 감사한 경험을 하곤 한다. 사실, 포카라에서 여행사를 하시는 분을 소개해준 사람들도 각각 10년 전쯤 유럽여행에서 만난 동생과, 코로나 사태 전 터키를 여행하며 만나 사진도 찍어주었던 동생이었다. 여행 중에 이렇게 반갑게 사람을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에서 크게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때 반가운 한국말이 들리길래 가서 인사를 드리니, 직장 동료로 같이 오셨었고 이젠 ABC에서 하산하는 길이라고 하셨었다. 우리 부자처럼 서울에서 오셨다고들 했다. 먼저 ABC에 다녀오신 무용담을 듣던 중, 동료 중 한 분이 고산으로 고비를 넘길 정도로 고생하셨다고 하셨었는데 잘 내려오신 거 보니 다행이었다. 다른 세 분이 짐을 더 들어드리고 배려를 해주셨기에 ABC 정상까지도 가능하셨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 우정이 좋아 보였다. 나도 친하고 편한, 내 친구들과 지인들이 생각났다. 아마 나중에 기회가 될 때, 그 지인들과도 트레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많을수록 좋을 거고, 그러면 더 행복할 것이다.


아무튼, 형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었는데 이젠 귀국까지 잘하셨을 테고, 이렇게 또 글로나마 뵙게 되어 그때가 생각나고 반갑다.


7시 식사. 아침메뉴는 속이 편한 구룽빵(Gurung bread cheese)과 Oat Porridge(오트밀 죽). 맛보단, 속을 든든하게!

이제 3천 m가 가까워지기에 고산에 대비해서 오전 식사 메뉴도 가이드 라즈와 상의해 위의 거로 골랐다. 배고프지는 않되, 속은 편한 메뉴로... 과식을 하면 더구나 고산에 오르면서 산행 도중에 화장실이 없는데 마려울 수도 있는 등의 여러 위험 요소가 있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사실 난 이때 즈음으로 입맛이 크게는 없었고, 아버지는 입맛이 없으셔도 식사는 늘 잘 드셨으나 이런 이유로 양해를 구하며 메뉴를 정하니 그래도 아들의 의견을 잘 따라주셨다. 식사를 뭘 하느냐에 따라서도 컨디션, 고산병과도 연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기에 뭘 해도 라즈와 상의를 해가면서 했다. 라즈는 8년 차 가이드의 노련함으로, 우리 부자를 이끌어주었다.

2~3일 차; 어퍼도반 저녁~아침
정산내역(위로 올라갈수록 값이 조금씩 올라감)

1. 어젯밤 참치 치즈피자 590 + 치즈 로스티 430 + Hot water 260 = 1280
2. 아침 구룽 치즈빵 360 + 오트밀 죽 380 + Hot water 130 = 870
3. Room Charge(Twin) = 400 (Triple Room Share)
=>> 2550R(루피); 25500원 정도


계산서와 내가 계산한 것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숙소에서 가끔 수치를 일부러 잘못 기입하기도 하니 체크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크게 차이가 나는 돈은 아니지만, 계산은 정확히 체크해줘야 이 사람들도 앞으로 돈 가지고 장난하지 않을 것이다.




7시 반. 예정대로 데우랄리로 출발
조금 내려갔다가
시원한 폭포를 보시더니 들뜨셨던 아버지. 고산에서는 긍정적이고 편하게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크게 들뜨시면 안 돼요!" 말씀드리니,

"알았어~" 하시고는

이내 차분히 오르막길을 잘 올라가셨다
데우랄리까지 600m 이상 계속 올라가므로 천천히 가는 게 좋다
마샬아츠(무술)도 해선지 허벅지가 단련된 게 보였던, 든든한 가이드 라즈. 이 사진을 좋아했다

그래도 내가 아버지보단 잘 타겠지... 했지만 슬슬, 고산에 오르면서 보니 아버지가 나보다 산을 잘 타시는 거 같았다. 수십 년 동안 10시 전에 주무신 후 새벽같이 일어나시고, 특히 요 몇 달간은 꾸준하게 운동으로 준비하신 결실을 이제 보시는 것이다.



히말라야(2,920m). WARNING이라는, 고산에 주의하란 표지판이 처음으로 보였다

보통 3,000m 전후의 구간에서 주로 고산병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제부터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어퍼도반(2,650m) - 히말라야 호텔(2,900m)- 1시간 소요, 경사가 급격해 난이도 3.5/ 롯지이지만, 요새는 호텔이라고도 적는다고
이런 광경도 보면서 15분쯤 휴식 후, 다시 올라간다
독일 쾰른에서 왔다는 아버지와 아들들의 한 가족

아버지끼리 나이는 비슷한데, 우리 아버지 역시 건재해 보였다. 부자가 트레킹 하는 모습이 반가워 그들의 카메라로 찍어주었다.

쾌청함 그 자체! 오늘도 날씨 요정은 우리 편!!
그룹 이미지를 설명해보세요 - 음, 선글라스 잘 어울리십니다


트레킹을 회상하면서 글을 적어가는 것보다도, 틈틈이 찍은 이런 사진으로 감상하는 게 히말라야를 추억하기에 더없이 좋다. 그래서 사진은 틈나는 대로 많이 찍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면서 그때 느낀 감정들이 오롯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우리가 그때 느끼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이, 우리의 평생의 추억으로 남고 그것으로 일상에서 힘들 때 행복한 기억으로 추억해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에.

어느새부턴가, 이따금 생기는 고산병 환자를 태워줄 헬기가 주변을 순회하고 있었다
작은 우산을 모자같이 쓰신 게 귀여웠다!
아름다운 산에 둘러싸인 롯지들이 또 보였다. 데우랄리도 다 왔구나.



히말라야(2,920m) - 데우랄리(3,200m) 1.5시간 소요. 난이도 3
뒤엔 이렇게 맑았는데
이내 앞에는, 구름으로 뒤덮이기도... 역시 산의 날씨는 갈대같이 변화무쌍했다.




옆에선 또 새 롯지 같은 시설을 짓는 듯했다


어느새 많이 올라왔다. 어퍼도반(2,650m) - 데우랄리(3,200m) 3시간 소요. 난이도 3.5)
딱 여기서 계속 앉거나 누워 있으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여기 데우랄리에선 고산에 대비해 점심, 저녁, 내일 아침 식사까지 하면서 계속 푹 쉬기로 했다. 조금 자거나,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거나, 주변을 산책하면서...


참, 아버지와 함께 보온이 잘 되는 1L 병 하나와 냉수 담을 수 있는 1L 병 하나 각각 챙겨 왔었다. 둘 이상은 이게 참 유용한 방법
점심은 스파게티와 치즈 야채 감자. 여긴 음식도 맛있어 3끼를 먹으면서 오래 쉬기 정말 좋았다. All is well!!
라즈의 트레킹 가이드 및 메딕 자격증.

위 두 가지의 자격증, 특히 메딕 자격증을 보유한 가이드가 드물단 얘길 들었었다. 그런데 메딕 자격증이 있었던, 훌륭한 가이드 라즈와 우리 부자는 음식부터 모든 것을 상의하며 일정을 보냈다. 이 모든 게 성공적인 트레킹 완수에 필요한 요소.



좀 위에 롯지에 머물고 있다는, 이 트레킹을 준비하며 온라인에서 본 분들이 있어 올라가 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반가운 분들
행복한 6인의 만찬

그 사이에 또 여기서 머물게 된, 앞에서 만났던 정현이 누나를 비롯해 반갑게 만났던 동생 상윤씨 그리고 4~50대로 보이셨던 큰누님 두 분까지 총 6명이 저녁 식사에 합류하셔서 만찬을 즐겼다. 우리 부자는 아직 고산의 고도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컨디션도 좋았고 말 그대로 쉬면서 체력 보충을 하고 있었기에 음식 맛이 너무 좋았다. 또한 여기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고도 서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음식 맛이 좋아서 그랬을까? 배고팠고, 내일이면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갈 기대감에 들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이내 깨달음이 들었다.


ABC코스와는 다른, 마르디히말까지도 갈 거라는 상윤씨도 올라오면서 종종 봤었고 천천히 오르셨던 큰 누님 두 분은 처음 뵙고 인사를 했다. 두 분은 영어를 잘하시고 체력 관리도 잘하셔서인지 해외를 이곳저곳 많이 다니시는데 무리가 없으셨다고 한다. 서로 전 직장 동료라 하셨는데, 그걸 보며 어머니 생각이 났었다. 어머닌 체력 관리만 좀 더 잘하시면, 지금 보다 여행 다니시기가 좋을 텐데...


아무튼,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부족하여 한 누님께서 꿀차인 허니티까지 사 주시며 우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계속 가는 법이다. 그 시간. 그때 그곳에서 함께했던 이분들과 그 순간에 우린 즐거웠다. 특히 아버지는 정말 즐거워 보이셨고 난 그게 참 좋았다. 이때까지는 내가 여행하면서 누린 습관이었으나, 아버지는 그게 익숙지 않으셨기에 행복해하시는 그 모습이 더없이 나에겐 새로운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날도 나, 아버지 컨디션은 이상무. 우리 부자는 그날 낮에 1시간 이상 길게 자두진 않은 덕에 밤에도 역시 꿀잠에 빠져들었다. 낮잠을 2시간 이상 오래 자면, 밤에 잠을 못 자 고생하고 다음날 트레킹 할 때 피곤해서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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