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카파도키아 행 11시간 정도의 장시간 버스 탑승에 이은 두 번째, 카파도키아(괴레메)-페티예 행 9시간 반을 소요하는 버스 탑승. 몸이 그리 편하진 않았지만 버스 내에서 심카드의 데이터, 그리고 터키 현지로 전화를 잘 활용했다. 먼저 괴레메에서 저녁에 출발할 때 미리 알아보았던 패러글라이딩 회사인 Gravity(그라비티)로 전화했다. 이곳은 한국인 등의 이용자가 많고 안전 처리를 잘해준다고 들었었다. 보통 손님이 많은 곳이 보험 등의 안전 처리를 잘해줄 수밖에 없다. 소문과 추천으로 많이 모객되기 때문이다. 몇 군데 알아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내일 아침 패러글라이딩 투어 예약을 했다. 그러면 패러글라이딩 베이스인 욀뤼데니즈 타운에서 페티예 오토가르로 20여 분 걸려 픽업해주러 오니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성수기인 11~3월 정도에는 페티예 오토가르에 도착했을 때 몇 군데 버스 회사들과 흥정을 해서 가격이 더 저렴하고 잘해주는 곳으로 해도 좋다. 사실 투어 회사별 차이는 거기서 거기라, 가격이 좋은 곳을 택하면 되지만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험이 잘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페티예 욀루데니즈 패러글라이딩은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라 대부분 베테랑 전문 파일럿이 관광객과 함께 뛴다. 하지만, 오늘도 인도에서 패러글라이딩하다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들 역시 늘 생명을 담보로 하면서 뛰는 것이기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페티예 오토가르에서 달려온 욀뤼데니즈 마을.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해변가
이용한 패러글라이딩 업체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서 올라간다
내 담당 파일럿, 사이트(Sait)
욀뤼데니즈 그라비티 업체에 도착한 게 9시 정도. 위의 탑승장으로 올라갔던 게 10시 정도였나. 그리고 바람의 풍량과 풍향 등을 보면서 대기만 1시간 반 정도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꽤 높은 상공에서 생명을 담보로 날아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의 주의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건 벌룬 투어에서처럼 국가적으로 깃발로 날씨의 상태를 표시해줬던 건 아닌 거 같았다. 이들만의 또 다른 방법으로 이런 것들을 다 체크하고, 괜찮겠다 싶을 때 진행하는 거로 보였다. 그래서 여행자들 우리 역시 가서도 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복불복이었다. 30분 이상, 혹은 1시간 이상 대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여행자들은 하나둘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파일럿이 "못 뜨겠다." 하면 거기까지 가서 못 타는 날벼락같겠지만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이곳에 와서 다시 만난 동생 현수의 파일럿이 그랬다. 파일럿들이 오늘 바람이 심하다고들 했는데, 그래도 대부분 기다리다 나중에 슬슬 띄우기 시작했지만 현수의 파일럿이 못 뛰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내가 다 안타까워서 나는 그 파일럿, 대빵같이 보였던 다른 파일럿 등과 얘기하면서 나름대로 설득하려 노력했다. 정말 날씨가 안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슬슬 다른 파일럿들이 뜨니 베테랑 파일럿 등으로 대체해서 해주면 안 되겠냐고 이야기를 해 보았다. 결국! 나중에 현수도 내가 뜬 다음에 가까스로 탔다고 들었다. 내려와 보니 현수가 있었고, 내 덕분에 탔다고 고마워했다. 그것보다도 난 거기까지 갔는데 못 타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싶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싶었고 내가 다 기분이 좋았었다.
크... 이건 직접 봐야 하고, 또 직접 타봐야 한다.
일단 탑승장에 올라가니 들떴고, 지중해가 보이는 아래 배경에 눈이 호강했다.
터키의 아름다운 지중해 항구 도시 중 하나인 페티예. 여기서 더 들어간 Ölü deniz(올루데니즈; 현지어: 욀뤼데니즈).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장소. 나도 여행하는 도중에 알게 돼서 지르게 된 이곳! 결국엔 올해 터키 여행과 함께 버킷리스트로 이룰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이틀, 하루 전에 날씨가 좋은 걸 체크하고 가서 대기해야 하고 당일 바람도 너무 세면 뜰 수가 없다. 못 뜰 수도 있기에 사실 운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비수기치고도 날씨 운이 여기까지도 닿아서, 하루 전에 알아보고 간 거치곤 무난하게 패러를 탈 수 있었다.
또 감사하게 사람 운도 좋았다. 탑승장까지 올라갔어도 파일럿 역량에 따라 그날 못 뛸 수도 있는데, Sait는 잘해 주었다. 실제로 그날도 안 뛰었던 파일럿도 있었다. 그건 파일럿 개개인 경력에 따라 다른 것이기에 역시 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담당해줬던 패러 20년 경력의 베테랑 사이트. 보통 20~25분 정도 태워준다고 하는데 25~30분 정도를 태워주었고, 영상과 사진들도 많이 찍어줘서 만족했다. 덕분에 패러 인생샷 또한 남길 수 있었다. 나보다 좀 형인데 39세의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이트는, 자신의 가족들과 직업을 사랑하며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이트는 순수 패러글라이딩비 350리라의 대부분은 회사가 가져간다고 했다. 그럼 인센으로 어떻게 받느냐고 물었더니, 역시 고프로로 찍는 사진과 영상 및 360도 카메라 촬영본을 내가 사면 그걸로 받는다고 했다. 난 360도 촬영본은 됐고, 사진과 영상은 사고 사이트와 내 안전 수당이라고 생각하는 금액으로 팁을 주겠다니 고맙다며 360도 촬영본도 그냥 주었다. 난 그에게 그때, 진심으로 잘 뛰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투어를 해주는 가이드 혹은 여행사가 잘해줬다면, 적절한 표현으로 그 해당 사람에게 직접 해 주는 게 난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ait가 계속, 여행자들의 꿈이기도 한 이 패러글라이딩을 안전히 계속 수행해주길 바라며 그의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역시 사이트와도 SNS로 소식을 종종 공유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예쁜 딸 사진도 보았다. 잊지 못할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이렇게 또 잘 도와줘서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오늘도 그는 '지중해의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여행자들을 데리고 이 아름다운 지중해 위에서 함께 날아줄 것이다.
크, 건졌다.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내 인생샷을!!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했던 그 순간. 내 몸 건강해서 여기 온 게 감사하고, 가족분들 다 건강하고 잘 지내서 감사하고, 지인들과 잘 지낼 수 있어 감사하고, 좋은 분들 만나 여행 도움도 받고 이렇게 비수기에 바람이 불안했는데도 뜰 수 있어서 감사했다. 모든 게 감사했다. 그때의 감흥을 사이트의 고프로로 오롯이 생생하게 촬영하여 잘 두었었다. 영상을 종종 보는데 참 감동이다.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돌아간 며칠 이후에, 투어 회사들의 문제로 인해 거의 한 주가 넘게 패러가 뜨질 못했다고 사장님께 들었다. 어느 하나 내 맘대로 쉽게 되지 않는 게 세상 일이다.
해변에 왔으니 좀 둘러보고 촬영이라도 할까 했지만, 다른 건 특별히 할 게 없기에 바로 픽업을 받아 오토가르로 이동했다.
다시 페티예 오토가르로 와서, 다음 목적지인 파묵칼레행 버스 시간부터 체크하고 40리라 정도에 표를 예매했다. 1시간 정도 남았었나. 점심을 먹으면 딱이었다.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가 바로 옆에 있어서 들어가 과자와 빵 등을 조금 샀다. 이런 대형마트는 가격도 합리적이기에 살 게 있으면 여기서 틈틈이 사두는 게 좋다.
점심을 먹으러 생각하고 있는데 오토가르에 있는 간이 레스토랑의 철판 요리가 굉장히 맛있어 보였다. 요리사분이 요리하는 모습을 찍으려 줌을 당기니 그걸 발견하고는 이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난 그 표정에 매료됐었고 음식 가격도 괜찮아서 인기 있는 요리 2가지를 물어보니 피데와, 저 소고기를 볶은 음식과 볶음밥 세트를 추천해주었다. 피데는 터키에서 먹은 것 중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맛이 훌륭했고, 볶은 음식 역시 맛있었다. 조금 느끼한 피데의 맛을 잡아주었다. 난 너무 잘 먹었다고 요리사의 손에 현금을 꼭 쥐어드리면서 인사를 하고 나왔다.
페티예-데니즐리(파묵칼레로 들어가는 기점의 오토가르) 구간은 4.5시간 정도. 손님도 별로 없기에 다소 작은 중형 버스로 이동
데니즐리 오토가르에 도착해 파묵칼레로 들어가는 소형 버스로 환승
여기서 반드시, 파묵칼레까지 가는 거로 확인하고 정확히 갈아타야 한다.
20여 분쯤 걸렸나. 마을같이 보였던, 작은 파묵칼레에 드디어 도착
몇 군데 숙소를 생각하다 하루 잠만 자고 갈 생각이라, 평은 괜찮으나 저렴한 곳을 택해 들어갔다. 도미토리가 40리라 정도로 기억. 비수기라 손님이 역시 많진 않았다. K호텔이라는, 호스텔급의 숙소였는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의 자녀분들이 운영하고 계신 곳이라고 해서 이곳으로 묵을 생각이었다. 결론은 한국인들의 평도 괜찮고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 아니었기에 좋았다. 특히 파묵칼레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터키 내부적으로도 바가지가 심한 곳이라는 소릴 들었었다. 관광할 게 '히에라폴리스뿐'이라 그 부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 외에 숙박업과 식사 말고는 수입이 들어올 게 없어선지 사기를 종종 치면서까지 수입을 올린다고 타 지역 터키인에게 듣기도 했다. 이를테면 '히에라폴리스'외에 주변 관광지를 돌아주면서 택시 등의 교통비, 가이드비 등을 요구한다고... 히에라폴리스는 입장료만 필요하다. 그 관광지를 보는 것도 반나절이면 족하다. 파묵칼레로 가는 분들은 이 내용을 꼭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 필요 이상의 과한 지불은 그 당시에도, 또는 돌아와서도 여행의 추억을 좋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기에 미리 알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저 위에 보이는 게 '히에라폴리스'의 거대한 석회석.
숙소에 짐을 풀고 작은 동네의 야경이나 둘러볼 겸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숙소에서 한국 교포분을 만났다. 한국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통역 및 무역 업무를 하신다는 큰 형님을. 챙겨 오신 캔맥주를 짐에서 주섬주섬 건네주시며 이 터키의 한적한 시골에서 만난 인연을 그분도 반가워하셨고, 나도 흔쾌히 대화에 응하면서 형님이 살아오신 스토리에 귀를 기울였다. 좀 전에 한국 축구 선수팀이 전지훈련을 인근 도시인 안탈리아로 왔었고 거기서 통역을 맡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파묵칼레를 잠깐 보려고 그날 왔고, 내일 정도에 떠날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즈베크로 이민을 가셔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해 주셨고, 난 여행을 하면서 이런 분의 고국 그리고 한국인들에 대한 그리움을 알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큰 형님 벌이셨지만 술을 계속 드시면서도 내게 존대를 잊지 않으셨고, 나 또한 그분의 그런 점을 보면서 계속 경청했다. 그렇게 또 타지에서 새로운 소중한 인연이 생긴 것이다. 이후 숙소로 올라가 씻고 내일의 또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