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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여행 에세이] 8_파묵칼레, 그 신성함을 마주하다

8일 차 - 파묵칼레의 석회 온천수를 체험하다

어제도 역시 꿀잠을 잤다. 불면증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여행을 하면서 바쁘게 돌아다니면 된다. 피곤해서 잠을 잘 잘 수밖에 없다.

난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면 전날 새벽에 늦게 잠들어 몇 시간만 잤다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일출 전에 꼭 일어난다. 그곳의 일출 풍경은 늘 다르고 새로운 태동의 감동을 매번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이날도 일출 때 일어나 숙소 옥상으로 갔으나 바로 전까지 비가 많이 와서 흐려선지 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파묵칼레가 보이는 색다른 풍경은 역시 오전부터 내게 소소한 감동을 주었다.

어제 묵었던 호스텔급의 K호텔(Hotel). 여행객들에게 종종 바가지요금과 사기로 돈을 뜯는다는 다른 숙박 업체와는 달리, 칼레 호텔의 사장이신 할머니는, 내가 매번 인사도 드려선지 나를 참 잘 대해주셨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손녀분이 그 할머니이신 걸로 알고 있다. 난 그래서도 갔었던 건데 친절하셨고 소문대로 볶음밥, 또 사진의 닭볶음탕, 신라면 같은 한국 요리도 정말 한국 음식과 흡사하게 잘해 주셨다. 앞서 적은 7일 차 여행기에서의 내용처럼, 파묵칼레 마을은 관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기에 숙박으로만 여행객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현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여기에 더할 것이 음식 장사기에, 이렇게 직접 한국 사람 혹은 일본 사람 등에게 한국 및 일본 요리를 배워서 장사한다고 했는데 와, 터키에서 먹은 한식 중에 맛이 우수한 편이었다. 여러분 역시 터키에 가서 터키 음식에 질린 상태라면, 칼레 할머니가 이 한국 고추장을 써서 요리를 해 주시는 매콤한 맛에 결국 한식 요리를 주문하게 될 것이다. 주변에는 일식이 또 그렇게 맛있는 곳이 있다고 하니 찾아보셔도 좋겠다. 아무튼 저 닭볶음탕은, 그간 내가 먹었던 터키 음식들로 쌓인 기름의 축적을 정화해주기에 딱이었다.


양고기 세트 등으로 점심도 거하게 사주셨던 감사했던 법인장님. 아쉽게도 추억 사진은 이것만 남겼다

그러고 보니 앞의 포스팅에서 적었던 타슈켄트에 사신다는 한국인 법인장님. 이미 오전에 부지런히 파묵칼레 전체를 금방 둘러보고 오셨고, 난 그때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일행과 그제야 파묵칼레로 올라갈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법인장님이 점심을 사주겠다고 하셔서 다 같이 먹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 양고기를 잘하는 곳이 많은데 이 주변 레스토랑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니 근처에서 이곳을 찾아 들어갔었다. 비주얼도 그럴싸하고, 메뉴 구성도 괜찮았던 거 같다. 남이 사주는 건 정말 맛이 없지 않고는 괜찮은 법이다. 아무튼, 어젯밤에처럼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시고 일행 한국인 동생과 나는 주로 들었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말씀을 계속 주입하지는 않으셨다. 결국 그분의 인생 이야기이셨다. 법인장님은 50대로 보이셨고, 나와 같이 있던 동생은 각 20대 난 30대의 나이었지만 우린 '대화'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그분이 우리에게 계속 존댓말을 해주셨기도 하고, 주로 사실들을 위주로 말씀하셨으며, 본인의 주관을 강하게 주입시키는 타입이 아니셨기 때문인 거 같다. 나이가 많던 적건, 이런 기본적인 예를 갖추면 누구와도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 포스팅을 다 쓰면, 법인장님께도 보내드리고 잘 지내시는지 안부를 여쭐 것이다.


파묵칼레(히에라폴리스;고대 도시) 입구 / 입장료. 딱 이것만 사면 OK
'와! 이건 뭐... 정말!'

너무 예뻤다.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Hierapolis-Pamukkale]
요약 터키 남부 데니즐리 주에 있는 고대 도시 유적으로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으로 경사면을 흐르는 온천수가 빚어낸 장관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석회성분을 다량 함유한 이곳의 온천수가 수 세기 동안 바위 위를 흐르면서 표면을 탄산칼슘 결정체로 뒤덮어 마치 하얀 목화로 만든 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온천수는 섭씨 35도로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치료와 휴식을 위해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특히 로마 시대에는 여러 황제와 고관들이 이곳을 찾았는데 하얀 결정체가 대지의 경사면을 온통 뒤덮은 장관을 감상하면서 심신의 치료를 겸할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였기 때문이다.

히에라폴리스는 파묵칼레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 도시다. 기원전 2세기경 페르가몬 왕국에 의해 처음 세워져 로마 시대를 거치며 오랫동안 번성했다. 기원전 130년에 이곳을 정복한 로마인은 이 도시를 ‘성스러운 도시(히에라폴리스)’라고 불렀다. 그리스어 ‘히에로스’는 신성함을 뜻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유적을 동시에 갖춘 이곳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복합)으로 지정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 [Hierapolis-Pamukkale] (두산백과)
온천수


막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이번 8일 차 포스팅도 사진들이 대부분일 듯하다. 이날 새벽 오전까지도 비가 내렸지만, 오전부터 그친 후 이렇게 끝내주는 날씨를 선사해주다니... 법인장님을 만났을 때부터 그날까지도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그 순간, 그 날씨와 풍경을 감상하며 오롯이 즐기는 것이 내가 그곳에서 집중해야 할 일이었다!

여기서도 간혹 떴던 벌룬

눈이 부셔서 눈도 잘 못 떴지만 눈이 정말 즐거웠다. 선크림 또한 필수!


그냥, 막 찍는거다. 이럴 때는...
응? 갑자기 넌 뭐니...(선글라스 탐난다)



위에 다 올라갔을 때 옆으로 조금 더 가봤다면 히에라폴리스의 고대 유적지가 보였을 거다. 하지만 멋들어진 일몰과 어우러지는 파묵칼레의 걸출한 풍경을 감상하느라 유적지 감상할 생각은 어느새 저만치로 가 있었다. 이곳저곳 많이 다녀보면서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역사적 유적지들에 관심이 좀 생기긴 해서 원형극장을 제대로 못 본 것은 조금 아쉽긴 한데, 다시 생각해보니 별로 후회는 없다. 그렇기에, 여행하는 그 순간은! 반드시 본인 내면의 주관에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그 순간, 거기 있던 그 자체가 그저 또 감사함의 연속. 행복했고, 너무 좋았다. 자연의 위대함이란!!

조금 무리해서 늦은 시간까지 봤는데 보통 이렇게 어두워지기 전에 관리인들이 밖으로 나가라고 미리 공지를 한다. 조금 억지를 써서라도 난 보고 싶은 건 봐야 하는 사람이라 이렇게까지 보고 왔다. 그때의 내 열정도, 이 멋들어진 풍경의 야경도 감동 그 자체였다. 이걸 찍어서 공유할 수 있어서 보람 있기도 하다. 그래도 혹시 이곳에 올라가서 너무 늦게까지 있지는 마시길! 그날 거의 마지막 남아있는 직원들과 차를 타고 내려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걸어서 어두컴컴한 길을 헤매다가 고생하면서 마을로 내려왔을 거 같아 끔찍하다. 이후 차에서 내려, 준비해둔 짐을 챙겨 근처로 차가 오가는 오토가르로 가서 데니즐리(Denizli) 행 돌무쉬를 잡아탔다. 데니즐리가 주변에서 큰 오토가르이고, 여기서 앙카라를 거쳐 사프란볼루로 야간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다. 버스는 25분 정도 걸렸던 듯.


데니즐리 오토가르

우리나라에서 모 회사 브랜드인 '샤프란'이라는 천연세제가 유명했었는데, 다음으로 갈 곳이 그 유래의 근원지인 '사프란볼루'다. 예쁜 마을이라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데니즐리 오토가르에선 9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7일 차 여행기의 버스 이용 팁에 적은 대로, 직행버스는 자리가 다 차서 중간 기점인 앙카라로 가는 티켓을 구매해 탑승했다. 거기서 다시 사프란볼루로 가면 됐다.


'오늘도 버스에서 잠 좀 자볼까??'

몸은 좀 불편하겠지만, 그날 밤도 꿀잠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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