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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여행 에세이] 9_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프란볼루

9일 차 - 사프란볼루를 눈으로 담고, 다시 이스탄불로 향하다

데니즐리(Denizli)에서 터키 수도인 앙카라(Ankara)까지 가는 버스는 자정 때쯤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30분~1시간 정도 늦었던 거 같다. 그래도 늘, 항상 출발 30분 전~1시간 전에는 내가 먼저 도착해 있어야 한다. 늦으면 그냥 출발해버리기에! 아무튼 데니즐리에서 앙카라 오토가르까지는 6시간 정도 걸릴 듯했다. 거기에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니 30분 이상 추가. 이러니, 시외버스를 탈 때 여행 일정은 항상 1시간 이상 여유를 잡고 짜는 게 좋다. 이런 상황이 올 수 있기에...

7시간 정도 걸려서 앙카라 오토가르(현지 명칭 Gimat)에 도착


이렇게 시간을 가늠해봐야 다음 일정을 짤 때 유용하다
터키의 전역을 거미줄로 연결하는, 아마 출도착이 이스탄불만큼이나 많을 앙카라 시외버스 노선
전철이 다니는 곳엔 보통 테러 방지를 위한 검문이 있었다

그래선지 터키의 시외 기차는 셀축-부르사 말고 거의 없는 거로 안다. 기차가 참 편한데, 이게 다 테러 때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터키의 수도라는, 인류 최초로 철을 만들어 사용했던 히타이트 문명 발생지로 유명한 앙카라에 왔는데 관광하고 갈까 하다가 결국 그냥 사프란볼루로 가기로 했다. 앙카라에선 인류 최초의 평화 협정이 맺어진 전투라 할 수 있는 '카데시 전투'의 점토판도 볼 수가 있다고 하여 끌리긴 했지만, 계획한 것을 볼 시간이 부족했기에 아쉬움을 안은 채 사프란 행 버스를 찾았다. '보고 싶은 곳을 따라 행하는 직관'은 여행에서 늘 중요하다. 늘 그렇게 생각한 대로 행하는 게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다.

앙카라-사프란 볼루(Safranbolu) 행 노선이 많은 버스회사. 책에서 미리 봤었고, 가서도 두세 군데 확인해보고 예매했다. 30리라쯤 했던 듯

여행자들. 우리는 모두, 여행자다

앙카라 오토가르(Gimat).

앙카라 오토가르는 큰 편. 탑승하는 시외버스가 혹시나 다른 오토가르로 출도착이 다를 수도 있으니 꼭 체크!

11시쯤 돼서 사프란볼루로 출발!



앙카라 오토가르(Gimat)-사프란볼루 오토가르, 2시간 반 정도


버스는 사프란볼루 주변 시외인 카라뷔크(Karabuk) 오토가르에 승객들을 내려줬다. 역시 파묵칼레에서처럼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야 사프란볼루 타운(이라고 해야 맞을 거 같다) 안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마침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가족이 거기까지 간다고 했다. 미리 인사 해두길 참 잘했다. 그렇게 이 귀여운 아이와 어머니가 잡아탄 택시에 같이 탑승해 5~10분쯤 걸려 사프란볼루 타운까지 편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 택시 역시 마침! 얼마 전에 아버지께 선물해드린 브랜드 기종의 차였기에 더 동질감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이 가족분들께 고맙다고 하고, 손을 잡아 갖고 있던 음식을 챙겨주며 헤어졌다.

반가웠던 차량 P의 T 모델과, 타운까지 친절히 안내해준 가족
길에 로쿰 상점에서 호객을 하던 터키 미녀분

근처 관광안내소에서 안내를 받고 알아본 숙소로 가는 길에 본 터키 전통 떡인 로쿰. 다양한 종류의 로쿰은 다 맛있었다.


하루 머물 예정이었던 호텔
많은 한국인, 일본인 들이 방문한 흔적이 보였다

사프란볼루의 집들은 중세 오스만 제국의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된 것으로 유명하다. 쉽게 말해 이 작은 도시는, 한국 안동시의 하회마을과 비슷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록돼 있으며, 전통 가옥도 유명하다고. 사실 사프란볼루의 멋진 전경 사진을 보고 왔던 건데, 볼수록 고즈넉함이 곳곳에 묻어났던 이곳에서 하루 묵고 싶었다.


하지만 3일 뒤 이스탄불에서 출국해야 했기에 일정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여기서 하루를 더 묵으면 이스탄불은 2일 정도만 보게 된다. 서울의 3배가 넘는 이스탄불. 볼 게 많아 최소 3일 이상 머물러야 한다는, 많은 여행자들의 조언이 떠올랐다. 바로, 괴레메 숙소의 사장님과 보톡했다. 사장님께 조언을 여쭈는 내게...


"오늘 이스탄불로 넘어가요! 사프란볼루도 좋지만 이스탄불을 더 많이 못 본 것을 후회할 거 같아요. 많은 여행자분들이 이스탄불을 더 못 보고 떠난 걸 후회했어요. 남은 3일도 짧아요. 빨리 가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그 말씀을 듣고 바로 짐을 챙겨 이스탄불로 가려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앉아 좀 쉬면서 고민했다. 곧, 좀 더 둘러보고 야간 버스로 이스탄불로 가기로 했다. 체력은 괜찮으니 이번에도 야간 버스에서 자면 됐다. 이 내용을 호텔 매니저에게 말하니 매니저는 괜찮다면서, 짐을 보관해줄 테니 타운을 돌아보고 오라고 했다. 참 고마웠다. 이런 배려까지 해줬기에 그때 상황도 이렇게 글로 적게 된다.

왼쪽, 친절했던 호텔의 매니저
숙소 친구가 준 터키의 디저트들

대부분 다 달아서 커피나 차이와 함께 먹기 좋다. 세계 3대 터키 음식답게, 디저트 종류도 다양하다.


기념품들도 예뻤고, 손재주 장인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는데 미소도 지어주셨다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 일몰은 못 봤지만, 곧 이렇게 바뀌었다. 난 아래의 모습을 담으러 사프란볼루로 왔었다.

흐린 날씨도 이런, 참 예쁜 마을이다!

대형 인물 포스터가 있는 거 보니 곧 선거가 있나 보다 싶었다

아까 이스탄불행 버스를 체크해보니 시간이 좀 남아 책에서 봐 둔, 또 구글로 검색했던 곳이 현지인이 추천해준 곳과도 일치하는 식당을 찾았다. 구글에 쓰여있는 클로징 타임을 체크하고 또 전화로도 확인해뒀었다. 곧 닫을 시간이라면 헛걸음을 하지 않아야 하기에 전화해서 영업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다나 케밥

성공이었다. 어디서 뭘 먹든, 가격과 맛이 괜찮으면 그만이다.

든든하게 먹은 후 또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을 광장에 있는, 오토가르로 가는 돌무쉬(마을버스) 1.5리라 정도
사프란볼루 버스터미널

돌무쉬 기사님이 저기서 시외버스를 타라고 했다. 여행지에선 전문가의 말을 잘 들어야 덜 고생한다.

근무 중인 아저씨들과 영어, 조금의 터키어로 대화(?) 하면서 금세 친해졌다.
오늘은 이 버스로 다시 이스탄불로! 이스탄불까지는 4시간 반 정도
어딜 가나 마케팅. 팔아야 한다.jpg

나를 태운 버스는 새벽 6시가 지나, 터키 여행의 드디어 마지막 여정인 비 내리는 이스탄불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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