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

나는 특별하지 않지만,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카연갤 명작 정주행 하기 - 여행을 떠나는 만화

by 파르르

엊그제 친구와 곱창을 먹다가, 기대에 대해 생각했다. 기대를 하면 실망을 하게 되지 않냐는 그녀의 예전 물음을 곱씹은 결과였다. 기대가 실망이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러니까 실패라고 단정 짓지 않고 기대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믿진 않지만, 하늘이 무너지지 않았는데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패라고 정하지 않는 것, 기대하면서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낀다.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게 우선이겠다. 기간을 정하면, 기대가 아니라 숙제가 되니까 말이다.


어렸을 땐 누구나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빌 게이츠를 보고 자란 나와 내 친구들은 교과서에 실리는 인물처럼 되라는 말을 당연하듯 들어왔다. 비뚤어진 나조차도 임요환을 보면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따지고 보면 에드워드 권을 보며 요리사를, 박웅현과 이제석을 생각하며 광고인을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어린이 같은 생각이다.


"넌 특별한 아이야."라는 말을 들은 날이면 정말 특별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특별함은 말 한마디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특별함은 타고난 무언가에 꾸준한 무언가를 적절히 섞어서 그리고 행운과 기운이 찾아와서 잘 비벼졌을 때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 저런 조건들이 다 갖춰진다고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특별하다는 말에는 반쯤 동의한다. 특별하기보단 같지 않은 것이다. 특별함은 우월함을 동반하는데, 모두가 우월하다고 말한다면 열등함은 어디에 있는가. 열성 없이는 우성이 존재할 수 없듯. 존재 자체가 특별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지닌 여러 가지 면모 중 한 가지가 특별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자체가 특별하고 위대한 것은 아니다. 수십억 인구 중 어느 한 명도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차이점과 특이성이 위대하고 특별할 수는 있다. 그것은 절대 개인의 위대함이 아니다.


그렇지만, 특별하지 않다고 좌절할 이유도 없다. 내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남들도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하지 않아서 슬프다는 것조차, 기저에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특별하지 못해서 좌절하고 슬퍼하는 자신이 특별한 것이니까. 특별함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뒤로는 특별하지 않은 자기 자신이 딱히 불쌍하지도 않다. 그냥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그러니까 그냥 남의 말도 적당히 잘 듣고, 내 소신도 잘 신경 쓰면서 많은 것들을 해내면 된다.


- 디시인사이드 '여행을 떠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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