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가벼운 글
얼마 전 보았던 글을 단톡에서 또 봤습니다. 긴가민가 했는데, 공감이 되는 게 맞았나봅니다. 예전엔가 어설픈 재능의 어려움을 적어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어설픈 재능은 전자의 경우 같아요.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건, 천재이거나 운이 좋거나인데. 대부분은 후자였거든요. 제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능에 대한 정의를 보고 나니까. 열정이란 단어에도 저런 면이 있지 않나 싶어서 글을 적고 싶어 집니다. 열정! 열정! 아무나 외칠 수 있는 말이지만, 어디 가서 열정 있다고 했다가 속인 적도 많고 속은 적도 많거든요.(이 자리를 빌려 죄송합니다.)
내가 노력하는 걸 남들이 모르고 있고, 모르는 게 더 짜릿하다. = 열정
내가 노력하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고, 몰라주면 너무 서럽다. = 열정 아님
열정은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하이큐란 만화를 보면서, 오이카와라는 캐릭터가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도내 최고의 세터이면서, 밤마다 경기를 분석하고 서브 훈련에 매진하면서도 재능인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더라고요. 최근 티키틱의 '연습 별로 안 했어요. 50시간 정도'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이게 열정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작업물의 퀄리티를 보며 만족한다. = 열정
들인 시간과 쌓인 노력을 보며 만족한다. = 열정 아님
광고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에는(지금은 그렇게 가득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그만...) 기획안의 퀄리티가 제일 중요했어요. 한 편의 광고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시간을 고민했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그동안 먹은 짬밥이 얼만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같죠? 우리는 열정을 잃은 사람을 꼰대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스스로한테도 물어보곤 해요.
'조금 더 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 열정
'조금만 덜 힘쓰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 열정 아님
잘하고 싶지 않나요? 잘하고 싶은 것보다 쉬고 싶고, 정해진 양만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은 이미 열정이 식어버린 시간일지도 몰라요.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가끔은 효율성을 핑계로 노력하기 싫다고 말할 때도 있더라고요.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란 말이야." 이 말에 감동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마 여기서 열심히는 '열심히 하는 척'이겠죠?
성과가 나오는 과정이 재밌어서 계속 도전한다. = 열정
성과가 좋아서 성과를 더 많이 얻고 싶어 한다. = 열정 아님
처음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 시작했을 때, 쌓이는 상장에 취해서 어떻게든 많은 상장만 받고 싶어 했습니다. 시대회에서 도대회, 도대회에서 전국대회를 나가는 것처럼, 실력이 쌓이면 더 큰 무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말이죠. 역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몇 개의 에세이의 조회수가 빵 터지고 나니까. 그 맛에 조금은 취했던 적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조회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글을 망치고 나를 망치는 일 같아서 금방 정신 차렸습니다. 광고 공모전을 하면서 배운 게 있어서 다행이죠. 재밌으려고 글 쓰는 건데. 조회수처럼 남이 결정하는 성과에 재미를 맡길 수는 없잖아요.
이 글은 어쩌면 열정에 대한 자기반성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다짐이겠죠. 어디까지나 열정은 태도의 하나일 뿐이고, 매 순간 모든 곳에서 열정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게 맞는지. 그리고 남에게 '열정'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고민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열정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쉬워져서, 쉽게 쓰고 있던 건 아니었을지 반성해봅니다. 아니면, 역으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싶은 경우에 위 방법들을 채택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