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
계획이 너무 커져서 이번 주는 포화 상태였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즉흥적으로 계획을 늘리다 보면 어느새 계획에 깔려 죽어있다. 즉흥적으로 계획적인 탓이다. 도움이 될 거 같다거나, 좋아 보이는 게 있으면. 나도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계획에 넣어버린다. 이걸 다 이뤄내면 만능이지만, 하나도 못 이룬다면 그저 깔짝댄 거다. 엊그제는 친구들과 연애 얘기를 하다가. 여기저기 찔러보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별로지 않냐고.
근데 찔러본 게 죄는 아니잖아. 때 묻은 변호를 해 본다. 책임지지 않는 게 문제인 거지. 찔러보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지 않냐는 거다. 찔러보고, 안 찔리고 그러면서 서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기 계발도 그렇다. 무언가 마음에 들면 찔러보고 맛본 다음에야 내 것인지 알 수가 있었다. 말도 안 되지만, 교감은 사람 하고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물건도, 개념도 궁합이 잘 맞는 것들이 있다.
어떤 책은 표지부터 느낌이 좋다. 썸네일의 마법에 당한 것인지는 몰라도, 느낌이 좋은 책들은 여지없이 좋았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이어도 내겐 인생 책으로 다가온 적이 많다. 일도 그렇다. 재밌겠는데? 싶었던 일들은 꽤 좋았다. 재능은 몰라도 흥미는 있었고, 나름대로 합도 잘 맞았다. 고작 이걸 재능이라고 부를 순 없으니, 적당히 궁합이라고 부르려 한다. 일 중에서도 궁합이 맞는 일이 있었다.
태어난 시간까지 알면 더 섬세한 분석이 가능한 사주팔자처럼, 삶의 궁합들도 내가 분명할수록 더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요즘의 나는 이것저것 찔러보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느낌이다. 잘 차려진 뷔페에서 하나하나 먹어보려는 모습이랄까. 배가 불러서 다 먹어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일이 있으니. 못 먹어 본 것들은 내일 또 먹어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하루하루 먹어보다가.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 식습관처럼, 나만의 방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