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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광래 Sep 03. 2021

일에 대한 생각

일에 대한 생각 적기

 만일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묻는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하루종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부터, 자리에 앉아 한 땀 한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순간까지, 내게는 일만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쉼은 있어도, 일을 대신한 놀이는 아직 못찾았다. 여행이나 산책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시간만큼 여행한다면 나는 불행할 것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 여행, 게임, 레저 등 여가 생활은 적어서 즐거울 수 있는 일이다. 자주 한다면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일은 일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기엔 너무 다이나믹하다. 육체적 노동부터 정신적 업무까지 일의 범위가 너무 넓다. 정신적 업무는 기획 업무를 염두해두고 했는데, 모든 일이 이 둘로 나뉘냐 하면 절대 그런 것도 아니다. 일이란건 어느정도는 정신적이면서 어느정도는 육체적이다. 뭐든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가끔씩 아이디어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단순한 포장 업무나 창고 정리 같은 업무가 즐거웠던 이유는 밸런스에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에 조금의 부끄럼도 없다. 자주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오래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회사의 노예로 사는 게 즐겁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지, 명령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제는 연수 교육을 담당했던 선배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자유롭기 위해 투쟁하는 회사원이라고. 내가 회사를 다녀주는 것으로 살기 위해 끝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종속되어서도 안되고, 지배해서도 안된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선택해야 한다. 관계에서나 나올 법 한 말이지만, 일도 그렇다. 일에 종속되면 노예가 되고, 일을 지배하면 교만해진다. 적절히 잽을 주고받으면서 적당히 서로를 치고박는 정도. 그게 오래가는 친구의 비결이었다. 내가 일 위에 서려 하면, 일이 나를 떠날 것이고, 일이 내 위에 서면 내가 일을 떠날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과 나의 팽팽한 저울관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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