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컵이 깨졌습니다.

북바 북술북술 이야기

by 최광래

"쩌억 쩌억"

끈적이는 바닥을 걷는 발소리마다 쩌-억 하고 소리가 난다.

청소포를 뜯어 급히 걸레질을 다시 해보아도

물기가 마르면 어느새 다시 쩌억 쩌-억


독서를 즐기는 손님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내 서빙 소리는

안그래도 민망한 내 발자국 소리를 더 키운다.


무게 탓이었을까. 아니면 애초부터 잘못 생각한 높이 탓이엇을까.

소파 테이블은 낮게 두고 싶다는 내 고집때문에 우리 가게에는 아주 낮은 테이블이 하나 있다.

이정도면 그래도 낮진 않은데~ 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래 받침대를 연장해서 높이를 높여두었다.

수직으로 내려오는 책상 다리였다면 튼튼히 잡아줄 수 있었을텐데,

약간 비스듬히 내려온다는 것 하나로 그렇게도 위태로운 것이었다.

위태로움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 탓인지,

아니면 그냥 괜찮다고 생각한 것인지.

오늘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놀래키고 만 것이다.


예전에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사람을 매우 좋아하던 비숑과 포메라니안

아내가 기르던 강아지도 포메였기에, 왠지 반가운 마음에 예뻐했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친구를 두고 비숑 한마리만 가게에 찾아왔다.

바닥을 침대삼아 눕는 아이를 보며

오늘 청소 해두길 잘했다 싶었는데. 그 사단이 난 것이다.


레몬에이드가 맛있다며 좋아해주시던 손님,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준 손님을 위해 정성스럽게 탄 레몬에이드였는데.

불안했던 책상 다리는 잠깐의 흔들림으로 화끈하게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컵도 깨지고, 바닥은 레몬에이드의 달콤함으로 흥건해졌다.

놀란 마음에 카운터를 뛰쳐나가

유리를 맨손으로 집으려다가, 급히 키친타월을 몇 장 뽑아 유리를 추스렸다.


닦아도 닦아도 줄지 않는 레몬에이드를 보며

아직 많이 드시진 못했구나 생각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음료는 새로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뇨 이제 가려고 했었어서.. 괜찮습니다."

"음료 값이라도 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음료 값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치만 오늘의 첫 손님이었기에 또 이렇게 매상을 날리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되게 부끄러우면서도 죄송스러웠는데

한사코 손님은 계산을 하고 가셨다.

남은 레몬에이드가 한가득이었으면서...


사실 요 며칠 손님이 적어 고민이 많았다.

가게에서 이벤트를 열고 운영해보라는 조언도 들었고,

할 수 있으면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면서도

또 어렵게 시간을 내어 와주신 손님들이 대관 일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쉬워

최대한 대관 일정은 잡지 않고 있었는데.

요 며칠 아무도 없이 가게를 아내 홀로 지키는 모습을 보며

그 어깨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손님이 가시고 난 뒤 3시간 동안

걸레질을 5번 정도 했다.

방금 전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끈적이는 레몬에이드를 닦아 내었다.

닦아내면 닦아 낼수록

미처 손님이 드시지 못한 레몬에이드가 죄송한 마음이었다.


아내에게 나는 이번 기회에 테이블을 바꾸자고 말했다.

그런데 말하고 나니 떠올랐다.

요즘 가게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고민이 많은 아내에게,

또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말앗구나 하며...


쏟아진 레몬에이드와 유리컵을 닦다가, 손가락을 베였다.

아내는 약속이 있어 바쁘면서도 상처용 밴드 위치를 알려주었고

처제는 같이 휴지를 챙겨 바닥을 닦아주었다.

어디서 찾아온 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아내는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책상을 바꾸자고 아무 생각없이 말해버린 내게 아내는

카톡으로 책상 사이즈를 알려달라고 말해 주었다.

어쩔 줄 몰라하며 쩔쩔매던 내게 손님은

다음에 또 올테니 그때 서비스좀 주세요 라며 넘겨 주었다.

며칠 공허하게 빈 가게를 채우러 친구들이 와 주었다.


가게를 운영하며 제공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받는 것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했다.


#북술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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