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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OOOP May 28. 2021

포구에서 쓰는 편지 _ 대대포

순천만 습지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포구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생태관광선이 주로 정박을 하고 있습니다.


습지 공원으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대대포구 앞에 짱뚱어탕을 끓여주는 식당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대량으로 끓여놓고 퍼주는 게 아니라 

주문을 하고 나서 고스톱을 몇 판 돌려야 짱뚱어탕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식당 방 안에는 군용 모포와 화투가 기본으로 늘 준비되어 있었지요.


짱뚱어는 작은 눈이 머리 꼭대기에 붙어 있는 납작한 모습을 지녔는데, 이름도 특이하지만 습성이나 생김새는 물론 맛과 영영분까지도 별난 생선이랍니다. 짱뚱어란 이름은 '잠퉁이'에서 비롯됐다고 하네요. 물고기 치고는 드물게 10월 초에서 이듬해 4월까지 긴 겨울잠을 자는 습관 때문에 얻어진 별명입니다.


우리 속담에 "짱둥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망둥어는 초여름부터 활발한 먹성을 보이는데 몸이 비대해지도록 큰 입으로 게걸스럽게 먹이 활동을 하는 탐식형 때문에 누구나 쉽게 낚을 수 있어 '바보도 낚는 망둥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그나저나 짱뚱어탕은 갯벌에서 나는 전라도의 보양식입니다. 짱뚱어를 삶은 국물에 된장, 우거지 등을 넣어 추어탕처럼 걸쭉하게 끓여내야 제맛이 납니다. 또한, 짱뚱어는 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에서만 살기 때문에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물고기이기도 하죠.



대대포구 사람들은 짱뚱어를 '갯벌 위의 소고기'라 이르고 짱뚱어 100마리와 당귀로 만든 진액을 세 번만 먹으면 1년 내내 몸살을 앓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강장식품 대접을 해왔답니다. 그런데 최근의 한 연구에서 짱뚱어에 타우린과 칼륨, 게르마늄, 마그네슘 등 기능성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네요.


대대포구 _1995년

95년쯤 화창한 어느 날,

짱뚱어를 잘 끓여냈던 강변식당의 진돗개 '진주'가 저 멀리 순천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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