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카 싱글 에이트(fujica single 8)
1978년 여름, 일본의 한 소도시. 『스타워즈』를 본 세 고등학생의 가슴에 영화 제작의 불꽃이 타오릅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후지카 싱글에이트, 8mm 필름 카메라. 이것이 바로 코나카 카즈야 감독의 자전적 영화 『싱글 에이트』의 시작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춰보는 듯했습니다. 히로시, 요시오, 사사키. 그들의 이름은 달랐지만, 그들의 열정은 너무나 익숙했습니다. SF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야심 찬 계획,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난관들. 그것은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후지카 싱글에이트(fujica single 8). 이름만으로도 아날로그의 향수가 물씬 풍깁니다. 1965년 후지필름이 개발한 이 카메라는 꿈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플라스틱 매거진에 미리 장전된 필름, 독자적인 감도 설정 노브, 수동 초점 링. 이 모든 것들이 초보자의 손에도 프로의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히로시와 친구들이 만들고자 한 영화의 주제는 '시간 역행'이었습니다. 얼마나 야심 찬 계획인가요. 하지만 그들은 곧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시간 여행은 우주선이나 특수효과가 아닌, 인간 내면의 성장에 있다는 것을. 그들의 영화 『타임 리버스』는 그렇게 단순한 SF에서 깊이 있는 성장 서사로 진화해 갔습니다.
8mm 필름의 한계는 오히려 그들의 창의성을 자극했습니다. 3분마다 필름을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 현상 전까지 결과를 볼 수 없는 긴장감.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그들의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을 역주행하게 하고 필름을 거꾸로 돌려 초능력 장면을 연출하는 아이디어. 그것은 아날로그 시대 영화 마법의 정수였습니다.
『싱글 에이트』라는 제목은 필름 카메라라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코나카 감독의 청춘 그 자체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8mm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던 소년의 꿈이, 이제 80분짜리 장편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마치 3분짜리 8mm 필름이 16mm로 확장되어 더 큰 스크린에 투사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말합니다. 기다림의 미학, 물리적 저항이 주는 창의성. 그것들은 정말 구시대의 유물일까? 아니면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일까요?
히로시와 친구들이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할 때의 떨림, 첫 편집본을 볼 때의 설렘. 그 순간들이 창작의 신성함을 일깨웁니다.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 관객들을 놀라게 했듯, 『싱글 에이트』는 우리에게 영화의 마법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청춘 그 자체입니다. 서툴지만 열정 가득한, 한계 속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는. 그리고 그 청춘의 열기가 필름 입자 하나하나에 새겨져 영원히 남습니다. 마치 우리의 추억처럼.『싱글 에이트』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8mm의 순간'이 있었다고. 그것이 영화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서툴지만 순수했던, 결과보다 과정이 더 빛났던 그 시절. 그리고 그 기억이 우리를 더 나은 창작자로,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진정한 '타임 리버스'는 과거로의 물리적 여행이 아니라, 그 시절의 열정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임을요. 『싱글 에이트』는 그렇게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든 꿈 꾸는 소년, 소녀를 깨웁니다. 8mm 필름의 창틀로 바라본 세상이, 여전히 마법처럼 아름답다고 속삭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