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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OOOP May 20. 2021

포구에서 쓰는 편지 _ 궁항

땅값이 많이 올랐다 합니다.

청보리가 넘실거리는 언덕을 넘어 여자도를 바라보면서 궁항에 닿았습니다.

마을에 물이 빠지고 들 때, 활처럼 휘어졌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궁항(弓港) 마을.

이곳은 참꼬막 밭이 드넓게 펼쳐진 갯벌촌이기도 하지요.


여러 해 전,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은 궁항마을 근처의 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명 하트섬이라 불리는 모개도를 추가로 사들였다는군요.


대기업 총수가 한적한 어촌마을의 땅을 사들였으니,

이러저러한 소문들이 덩달아 떠돌게 마련이겠지요.

아무튼, 바다가 조망되는 곳에는 카페가 생겼거나 펜션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 눈에 띕니다.


이 작은 마을의 소요는 바깥에서만 이는 걸까요?


"할매, 여그 땅값이 많이 올랐다는디. 어쩐가요?"

"먼 좋은 일이 있겄소. 우리거치 바다만 보고 산사람들헌테..."


궁항마을로 내려가는 골목길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포구 앞에는 찢어진 그물과 어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네요.


아직 부유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마을,

마을 표지석에는 "천혜의 보고인 여자만을 안고 인보상조하며 근면 성실하게 살고 있다."라고

써져 있습니다.


기별  _ gelatin silver print _ 160cm×75cm _ 여수 궁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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