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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을로

- 롤라이 35S

by JI SOOOP

"가을로"는 2006년 개봉한 한국 멜로드라마 영화로, 김대승 감독이 연출하고 유지태와 김지수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연인을 잃은 검사 현우(유지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현우는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된 후, 사랑하는 여인 민주(김지수)와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1995년 6월 29일, 결혼 준비를 위해 쇼핑을 하러 간 민주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약속 장소를 현우 본인이 잡았기에, 이 사건으로 인해 현우의 인생은 큰 절망과 아픔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10년 지난 후, 현우는 약혼자였던 민주의 유품인 다이어리를 받게 됩니다. 다이어리에는 민주가 현우와 함께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들이 적혀 있었고, 현우는 그 여행지를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영화에서 민주가 롤라이 35S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장면은 어떤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롤라이 35S는 1974년부터 1980년까지 생산된 콤팩트한 수동 필름카메라로, 휴대성이 뛰어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민주가 이 카메라로 여행지의 사진을 찍었던 모습은 과거의 추억을 담아내려는 그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롤라이 35S 카메라는 현우와 민주의 과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 줍니다. 민주가 남긴 여행지를 찾아가면서, 현우는 마치 민주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카메라는 민주의 내면 변화를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처음에는 신혼여행의 여행지로서의 사진을 찍지만, 점차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현우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바다를 향해서 이 여행은 시작되는 거야. 바다 한가운데 사막을 가진 섬이 하나 있어. 모래 서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모래가 많고 그 모래를 싣고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가득한 곳." 우이도는 첫 번째 여행지였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작은 모래 언덕이었을 뿐이고, 그냥 귀여운 사막으로 불리길 민주는 바랐습니다. "우리 마음은 사막처럼 황량하다. 하지만 이 여행이 끝날 때쯤 마음속에는 나무 숲이 가득할 것이다"라고 주문을 외웁니다.


두 번째 여행지인 담양 소쇄원 거쳐, 포항으로 넘어와 어느 식당에서 세진과 합석을 하게 되는데 앞선 여행지와 두 사람의 여행 동선이 똑같습니다. 그저 우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 여행지는 내연산 12 폭포 민주랑 와봤던 곳입니다. 이곳은 첫 키스의 추억이 있던 곳이었죠. 그러나 또다시 세진을 만나게 되고, 세진은 7번 국도 마을의 이름들을 한 번씩 불러줍니다. 병곡, 후포, 평해, 월산...


금광 소나무숲에 이르러, 세진이 마을의 이름을 불러줬던 것이 민주의 일기장에도 쓰여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세진이 삼풍백화점에서 같이 매몰되어 민주와 함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가 도착한 이곳에서 우리는 어떤 숲을 만나게 될까?" 여행의 끝에서 민주는 생각합니다. "널 만나서 내가 커졌고 너 때문에 매일 새로워지고 널 보면 난 힘이나. 내 마음속에 생긴 숲은 바로 너였나 봐!"


몇 개월 후 세진과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나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이승에 잠시 내려온 민주와의 재회(?)를 합니다. 메타세쿼이아길에서 민주는 롤라이 35S의 셔터를 누르는데, 이는 현우가 과거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세진과 현우는 비로소 마음의 위안과 얻게 됩니다.


롤라이 35S의 목측식 초점 조절 방식은 현우의 여정과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리감을 잡기 어려워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정확한 초점을 맞추게 되는 과정은 현우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초점을 찾아가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가을로"에서 롤라이 35S 카메라는 민주와 현우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그들의 내면 변화를 보여주며,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프가 됩니다. 롤라이 35S를 통해 우리는 현우의 치유 과정을 지켜보게 되며, 동시에 인생의 아름다움과 연속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 작은 카메라를 통해 상실, 기억,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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