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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영 Apr 01. 2019

12.“내가 ‘개나리’와 ‘진달래’로 보이니?”

봄은 수많은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계절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봄꽃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봄이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나리와 진달래는 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편입니다. 봄이란 계절에 관용어처럼 따라 붙는 개나리와 진달래는 봄꽃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이 보신 개나리와 진달래가 사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년 이맘때마다 개화 시기가 겹치고 꽃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개나리와 진달래로 오해를 받는 꽃들이 있습니다. 이 억울한 사연의 주인공은 영춘화와 철쭉입니다.              


영춘화(왼쪽)와 개나리(오른쪽). 서로 꽃잎의 수와 가지의 색이 다르다.

     

개나리보다 앞서 꽃을 피워 ‘봄을 맞이하는 꽃(迎春花)’이란 이름을 얻은 영춘화가 개나리로 오해를 받는 이유는 밀리는 ‘쪽수’ 때문입니다. 게다가 개화 기간까지 개나리와 상당 부분 겹치다보니 영춘화를 제대로 알아보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둘이 하필 같은 장소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경우도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춘화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한 일이지만, 개나리로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은 조건입니다.


영춘화의 늘어뜨린 가지와 노란 꽃잎은 언뜻 보면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생김새가 확실히 다릅니다. 영춘화의 꽃잎은 5~6장이지만, 개나리의 꽃잎은 4장입니다. 영춘화의 줄기는 녹색인 반면, 개나리의 줄기는 회갈색입니다. 처음엔 둘이 비슷하게 보여도 익숙해지면 멀리서도 둘을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산철쭉(왼쪽)과 진달래(오른쪽). 꽃과 잎이 같이 보이는 산철쭉과 달리 진달래는 꽃만 보인다.


반면 철쭉은 진달래보다 ‘쪽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표성에 밀려 진달래로 오해를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봄에 도시의 화단에서 화사한 분홍색 꽃을 보셨다면 철쭉, 그 중에서도 산철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에선 흔하게 보이는 진달래가 조경에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산철쭉보다 번식이 어렵고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진달래의 떨어지는 ‘가성비’ 때문에 대체재로 산철쭉이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진달래로 오해를 받는 철쭉 입장에선 속 터지는 일이지요.


철쭉과 진달래를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가지에 꽃만 피어 있는지, 꽃과 잎이 같이 매달려 있는지 살펴보시죠. 전자라면 진달래이고, 후자라면 철쭉입니다. 진달래는 철쭉과 달리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 잎이 돋아납니다. 반면에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거나, 꽃과 잎이 같이 돋아납니다.


앞으로도 영춘화와 철쭉을 둘러싼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면, 봄에 좋은 사람들에게 둘려줄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 좋은 사람이 마음에 드는 이성이라면 대화를 위한 마중물로 이만한 소재도 드물 겁니다. 영춘화의 꽃말은 ‘희망’,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라더군요. 둘의 꽃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지 않나요?




영춘화와 철쭉을 만나는 방법 : 초봄에 주변이 황량한데, 길가의 화단이나 옹벽에서 홀로 개나리처럼 노란 꽃을 가득 매달고 가지를 늘어뜨린 식물을 보셨다면 영춘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춘화는 개나리보다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보기 어려운 식물은 아닙니다. 철쭉은 매년 봄이면 도시의 화단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따로 개화 장소를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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