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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영 Mar 18. 2019

10. 우리는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 봄의 춤을 춘다

산수유꽃은 불현듯 찾아와 바쁘게 몸을 사리는 봄을 많이 닮았습니다. 봄이 채 무르익기 전에 잎보다 먼저 마른가지의 겨드랑이를 비집고 피어난 샛노란 산수유꽃은 봄의 한복판에서 문득 새벽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이 같은 산수유꽃의 흥망은 마치 꿈결 같아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꽃대에 희미한 자취만을 남긴 채 사라지는 일도 허다합니다. 매년 봄이면 전국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인 전남 구례군은 수많은 인파로 미어터지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봄의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봄은 산수유 꽃구름을 따라 한반도 구석구석으로 번져 나갑니다.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촬영한 산수유꽃.


산수유꽃 개개는 뜯어보면 그리 볼품이 없습니다. 꽃망울의 크기는 좁쌀처럼 작은 데다, 만개한 꽃의 생김새 역시 밋밋하기 짝이 없죠. 이처럼 허약한 산수유꽃의 모습을 장관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힘은 군집입니다. 무리지어 일제히 피어나는 산수유꽃은 다른 꽃들과는 달리 먼 곳에서 바라봐야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바람이 불면 파스텔 톤 노란 물결로 일렁이는 산수유 꽃구름은 늦봄에 황홀한 꽃비를 내리는 벚나무처럼 시야를 압도하는 대신 따뜻하고도 포근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공교롭게도 산수유는 생강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울 뿐만 아니라 꽃 모양과 색도 얼핏 보기에 서로 비슷해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둘을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산에서 산수유꽃과 비슷한 꽃을 보셨다면 십중팔구 생강나무꽃입니다. 생강나무란 독특한 이름은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아보면 느껴지는 생강처럼 알싸한 향에서 유래합니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야산에서 촬영한 생강나무꽃.


“마을의 봄소식이 산수유로부터 온다면 산의 봄소식은 생강나무로부터 온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강나무는 주로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입니다. 또한 생강나무는 녹나무과 식물로 층층나무과인 산수유와 분류계통도 서로 다릅니다. 꽃 모양도 자세히 보면 많이 다릅니다. 산수유꽃과 달리 생강나무꽃엔 꽃대가 없습니다. 산수유꽃은 불꽃이 터지듯 퍼진 모양으로 피어나지만, 생강나무꽃은 둥글게 뭉친 모양으로 피어납니다.


산수유는 살갗에 닿는 공기가 제법 쌀쌀해지는 늦가을에 다시 한 번 장관을 연출합니다. 오래전 꽃이 진 자리에 루비처럼 붉은 빛깔의 열매들이 알알이 맺혀 가을햇살을 맞아 영롱하게 빛을 발하기 때문이죠. 산수유 군락지는 이 무렵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로 몸살을 앓습니다. 하나의 나무로 계절을 건너 뛰어 두 가지 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죠. 산수유꽃의 꽃말은 ‘지속(持續)’, ‘불변(不變)’이랍니다. 유래가 불분명한 꽃말이지만, 그 꽃말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노란 꽃구름 속을 헤매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남자에게 참 좋다는 산수유 열매는 눈에도 참 좋습니다.




산수유꽃을 만나는 법 : 산수유는 도시에서도 조경수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초봄에 작고 노란 꽃을 피운 키 작은 나무가 보인다면 100% 산수유입니다. 하지만 산수유는 역시 한꺼번에 대규모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봐야 제 맛입니다. 전남 구례, 경북 의성 등은 매년 초봄에 산수유 축제를 여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특히 구례는 초봄이면 특산물인 벚굴도 맛 볼 수 있으니 꽃 구경이 더욱 즐거운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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