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한 마음을 넘어 희망찬 미래로
새로운 해가 밝았다. 밝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송구한 시간들이다.
2024년 12월 29일 09:03분경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었을 뿐이다. 2025년 1월 4일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을 가졌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에 그저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지며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연말에 늘 보던 방송 3사의 연기, 연예 대상들이 줄줄이 행사를 취소했었는데, 애도 기간이 끝나며 어제는 MBC의 연기대상 수상식을 볼 수 있었다. 1년 농사를 열심히 지어 수고했다 축하해야 할 자리는 검은색 의상들을 입고 애도를 표하며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배우 한석규가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MBC에서 30년 만에 대상을 타 생애 3번째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수상 소감을 하러 올라온 자리에 한석규 배우가 고인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진심 어린 위로를 축하 소감으로 대신하고 감정이 북받쳐 내려가는 모습에 나 역시 울컥했다. "이런 자리, 이런 행사를 갖는다는 것도 왠지 사과드리고 싶고 송구한 마음이다. 저희 연기자들이 관객,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몸짓인데 너무 큰 슬픈 일이 벌어져서 마음이 아프다. 연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어떻게 하면 진실되고 진솔하게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뿐인데 지금 이런 큰일을 겪고 있는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한석규 배우가 위로를 전했다.
그렇다. 지금은 괜히 송구한 시간들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미안한 마음을 자꾸 들게 한다. 작년 12월부터 길거리에 나와 있는 "응원봉과 인간 키세스"들에게도 말이다. 소한이었던 어제는 폭설이 내렸는데도 은박 담요를 두르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답다. 웅장하다. 그리고 미안하고 송구하다. 그런 마음이 드는 시간들에 살고 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어 밝고 희망차게 시작해야 할 시기에 우리 마음에 송구함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송구함을 딛고 다시 씩씩하게 시작할 것이다. 2025년도 어느새 엿새째가 되었다. 송구한 시간들로 시작했지만 희망찬 시작으로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두 눈 뜨고 똑바로 지켜보며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추위와 폭설도 두려워하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그것이 민주주의다. 이제는 젊은 응원봉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들을 믿는다.
개인적 차원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해마다 그 해의 키워드를 잡고 북극성처럼 그 해를 살아가길 수년 되었다. 2025년의 키워드는 'Momentum(모멘텀)'이다. 모멘텀은 물리학 용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운동량, 추진력"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물리적 맥락에서 물체가 가진 속도와 질량에 의해 결정되는 운동의 크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비유적인 맥락으로 "지속적인 추진력,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 활력" 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람이나 조직이 성취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고 성장하는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모멘텀'으로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결국 2025년에 나에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에너지와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5년 사회도 불안하고, 경제 전망도 밝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시몬스 침대의 광고 카피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을 함께 키우고 싶다.
2025년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해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과 클라이언트 확장이 필요하다. 사회도 불안하고, 경제 전망도 밝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시몬스 침대의 광고 카피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을 함께 키우고 싶다. 큰 목표를 세우지 않은 한 해이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에너지와 동력인, '모멘텀'을 잘 활용하여 2025년 12월 31일 마지막 날에 활짝 웃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모두에게 송구한 연말이 아닌 희망찬 연말이길 기대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