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것과 좋아하는 것 연결하기
요즘 글을 쓰는 즐거움에 빠졌습니다. 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마치 글을 잘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 쓰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지 잘한다는 것은 아니랍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그림일기를 썼던 것이 기억나는데 아마 이 일기가 첫 글쓰기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학창 시절에 썼던 일기장들을 아직 갖고 있는데, 제법 일기를 꾸준하게 쓰는 편이었습니다. 직장을 갖고부터는 일기가 업무일지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10월, 홍성향 코치께서 운영하는 코치 커뮤니티 '사이시옷'을 통해서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함께 읽으며 다시 나의 생각을 매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나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을 때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책이 <아티스트 웨이>였습니다. 창조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12주간의 워크숍 북이었는데, 제가 고민하고 지향하는 지점을 담았던 책이라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워크숍 북이라 혼자 읽었던 때보다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역동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한 '모닝페이지'는 지금도 매일 진행 중입니다. <아티스트 웨이>의 대표적인 활동 두 가지가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입니다. 그중 모닝페이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노트에 3페이지를 채우는 활동입니다. 1,281일째인 오늘까지 써오고 있으니 저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까지 오래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노트에 글을 적지만, 언제부턴가 나의 생각과 일상들의 기록이 SNS 영역으로도 넘어왔습니다.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영역까지 매일 일상의 생각과 느낌을 담는 글을 꾸준하게 쓰다 보니 이제는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어느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캔디캔디>라는 만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금으로 보면, 'After 캔디캔디'라는 후속 글을 노트에 써서 반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중학교 시절에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며 작가를 꿈꾸던 소녀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늘 글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나 봅니다.
작가로서의 꿈도 갖고 있던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던 소녀는 온 데 간데없고, 지금은 글 쓰는 일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고 있는 다 큰 어른만 남았습니다. 유명한 작가들이나 글 좀 쓰신다는 분들도 모두 글쓰기는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곤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책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잘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일단 쓰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글 쓰는 일은 재능보다는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봐도 글쓰기는 더 이상 즐거움이랑은 거리가 멀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따르는 일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전 국민이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과정을 배우면서도 글과 말은 늘 어려워합니다. 카톡이나 문자를 통해 텍스트로 소통하고, SNS에도 나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데 왜 각 잡고 글을 쓰는 행위들은 이렇게 어렵다고 할까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각종 글쓰기 책들을 섭렵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글쓰기로 유명한 강사 분들의 강의를 듣게 합니다. 알고리즘을 타고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유튜브 강의(https://www.youtube.com/watch?v=j0a2zVp96DQ&t=9)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다 와닿는 내용들이었지만, 가장 와닿았던 것 중 하나가 글감들이 모였을 때 그것이 글로 나온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쓰는 것이 늘 어렵게 느껴지던 것 과는 다르게 왜 요즘 글을 쓰는 게 즐겁다고 느꼈을까를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을 매일 모닝페이지를 통해 글감들이 조금씩 모여졌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니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 글감으로 연결이 됩니다. 글이 안 써진다는 것, 쓸 소재들이 없다고 했던 투정들이 결국 제가 아직 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니 아직 저와 같이 뭔가 잘 안 써진다고 느끼는 분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니, 차근차근 조금씩 글감들을 모아 보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결국은 그릇도 채워지면 쏟아지게 되어있기 마련입니다. 일상의 경험, 단상들이 쌓이면 그것은 내 글과 말로 표현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는 중입니다.
이렇게 글감이 쌓여가는 만큼 글쓰기는 즐거워집니다. 글 쓰는 것이 즐거워진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으로서 마인드셋을 어떻게 잡는가가 그의 삶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캐럴 드윀이 썼던 <성장 마인드셋>을 비롯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 굉장히 우리 삶에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글 쓰는 것은 어렵다. 고통이다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제 마인드셋은 부정적으로 세팅이 되는 것은 아니었나 싶어 놀랐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지루한 창작의 과정이고 엉덩이로 쓰는 힘이라는 말들이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인식이 저도 모르게 제 머리와 마음, 온몸에 체화되어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하려고 할 때 그 일이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자연스럽게 연결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치과에 가야 하는데, 치과 병원의 의자와 치료 기구들의 소음을 상상하며 치과는 정말 무섭고 가기 싫다고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쓰기가 고통이라니 누가 하고 싶을까요? 마음으로는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계속 나는 잘 쓰지도 못하는데,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나까지 무슨 책을 써하며 회피했습니다. 물론 그 고통스러운 작업조차 사랑하며 그 시간들을 견뎌낸 후에 나오는 창작물에 대해 경이로움과 희열을 느끼며 다시 그 고통 속에 빠져드는 것이겠지만, 늘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왜 하고 싶은지 참 아이러니 합니다. 글 쓰는 것이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하면서 왜 그 고통을 기꺼이 겪고 싶다고 줄을 서고 있는지요.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 직장 상사분께서 매운 음식 마니아셨는데, 종종 부서 사람들과 영등포에 있던 유명한 무교동 낙지 집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저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었기 때문에 처음 먹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눈물과 콧물, 땀범벅이 되면서 겨우 밥을 먹고 나오며 다시는 안 먹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상사께서 "곧 또 먹자고 할 거야. 매운 것을 먹으면 인이 박히거든"하셨는데, 정말 제가 며칠 뒤 그 맛이 생각이 나서 웃었습니다. 매운 것을 먹고 속도 쓰리고 혀가 대일 듯한 맛을 견뎌서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서 다시는 안 먹을 거야 하면서도 다시 찾는 것처럼 글쓰기의 고통을 충분히 느꼈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다시 글을 쓰려는 저를 봅니다.
최근 코칭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코치님의 코칭 실습을 위해 고객 역할을 하게 되었데, "평소 어떤 일을 할 때 수월하게 시작하거나 잘 된 경험에는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내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 그렇지! '도전'. 그렇습니다! 도전!! 저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동안 성과를 냈던 것도 일단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그 일들은 스노우 볼처럼 굴러가 좋은 결과를 낸 경험이 꽤 많았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도전'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그 일을 하게 되면 재밌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도전은 경쟁이 아닙니다. 내가 그냥 나의 생각을 아무 결과에 대한 기대치 없이 두려움 없이 해낼 때 좋은 결과까지 이어졌습니다. 글쓰기 역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하면 되겠구나 싶습니다. 그건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는 마음입니다.
그저 '고통'이라는 프레임에서 '도전'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꿨는데도 제 마인드셋이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뇌는 단순하다고 합니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무멋인가를 할 때, 그 결과는 내가 생각한 대로 나오게 마련입니다. 어떤 마인드 셋으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싶으신가요? 묻고 따지지 않아도 긍정 마인드 셋을 선택하고 장착해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회피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왜 나는 그 일을 하기 싫어할까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반대로 평소 내가 즐거워하던 일은 그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