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作心三日).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만, 결심이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아 흐지부지 되어 결심이 굳지 못함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도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자성어라서 중국에서 온 표현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에 따르면, "작심삼일의 유래는 태종실록에 실린 '고려삼공사삼일(고려의 공무는 사흘밖에 못 간다)'에서 왔다고 합니다. 고려 말 사회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시행과 폐지를 반복해 나온 말이라고 하니 시대를 불문하고 어떤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고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알게 됩니다. 세종대왕도 우리나라 사람의 성격, 태도에 대해 "처음에는 부지런하지만 결국 게을러지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고질병이다"라고 했다니 이런 통찰이 너무 안타깝기도 합니다.
시간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에 새로운 결심을 하고 시작한 지 오늘이 딱 삼일째 되는 날입니다. 우선 오늘까지 잘 실행했으니 삼일 고지는 넘었습니다. 제 결심은 새벽 5시에서부터 오전 8시까지 3시간의 시간을 저의 하이라이트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조직생활을 할 때는 '9 to 6'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제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6~8시간)을 제외하고 7~9시간 정도가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입니다. 물론 7~9시간 전부를 생산적인 일로 집중하는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간 정도는 제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학창 시절도 학교의 시간에 맞춰서 돌아가므로 조직 생활의 시스템과 비슷합니다. 수십 년을 이런 시스템 속 안에서 삶을 살다가 '1인 기업가'로 모든 시간을 내가 주도적으로 꾸려야 하는 시간의 삶을 살게 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사업 파트너들에 의해 시간의 주도권도 넘겨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24시간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와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였습니다.
그 자유로운 행복감을 즐기는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아지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는데,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생산성도 떨어지고, 업무 효율성은 물론 효과성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1인 기업가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하지요. 협업이나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관리하지 못하면 제가 느꼈던 것처럼 자유만 만끽하는 경우로 빠지게 되고 이는 왜 나는 시간을 이리 허투루 쓸까 하며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조직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한다며 자유를 갈망하고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아갑니다. 반면 정작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물론 잘 관리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시간을 원하는 목적이나, 목표를 위한 시간으로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만족하지 않고 답답해합니다. 어느 순간 저도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커졌습니다.
이런 주제로 최근 릴레이 코칭을 코치님들께 받고,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실행 계획을 스스로 잡았습니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오전 8시까지, 3시간을 온전하게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하고, 실행한 지 지금 3일째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초저녁잠이 많은 대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침 시간을 사용할 때 만족감이 높았고, 실제 3일을 이렇게 하이라이트 시간으로 사용하니 벌써 삶의 에너지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얼마 전 한 코치님과 코칭 대화 속에 "아침에 일어나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요."라고 답하며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답변을 드렸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행동하고 있지 않아 늘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혼자서 머릿속으로 나에게 맞는 시간은 언제일까 계속 궁리를 했습니다. 오전을 선호하긴 하지만, 아침 운동도 해야 하고, 반려견 산책도 시키고, 함께 사는 엄마와 식사도 같이 해야 하고 등등 변명거리들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낮시간은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으니 어렵고, 저녁은 피곤해서 힘들고 등등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전 3시간을 삼일째 해 보니 제가 이 시간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것과 3시간의 시간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저만의 '하이라이트 시간'이라고 붙이고 우선순위에 있는 일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글쓰기를 오전에 집중적으로 하면서 급한 비즈니스 일들을 하는 시간으로 씁니다. '하이라이트 시간' 개념은 2019년에 출판된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가 쓴 <메이크 타임>에서 착안을 했습니다. 이 때는 조직생활을 하던 시기였지만, 이때도 저에게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구글에서 일했던 저자들이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전략을 다룬 책입니다. 본인들의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툴들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오전 3시간이라는 하이라이트 시간을 먼저 확보하고 그 시간에 나에게 중요한 일을 하는 전략을 짰습니다. 전략이 잘 짜였는지는 일단 제가 작심삼일을 넘기고 1차 지속 목표인 4월 30일까지 잘 실행한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도 하고, 작심삼일도 넘겼으니 이제 이 힘을 주욱 밀고 나가면 됩니다. 다만, 약간의 유연성은 1스푼 남기기로 했습니다. 안 그러면 중도 포기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중요한 일을 먼저 정하고 하이라이트 시간을 가져가도 좋습니다. 저처럼 하이라이트 시간을 정하고 중요한 일을 찾아서 해도 좋습니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채워보시길 바랍니다.